《박정환 9단(18)은 큰 승부에서 이세돌 9단(28)을 만나 이기고 싶다고 했고, 이 9단은 만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러다 19일 제3회 BC카드배 4강전에서 두 기사가 만났다. 이 9단은 부동의 한국 랭킹 1위로 현재 한국의 대표기사고, 박 9단은 최연소 9단 승단에 최단기간 9단 승단 기록을 갖고 있는 차세대 주자. 둘의 만남은 오랜만에 보는 바둑계의 빅 이벤트. 역대 전적은 3승 1패로 이 9단이 유리했지만 바둑계에서는 승부를 5 대 5로 봤다. 하지만 이변은 없었다. 이 9단이 차세대를 넌지시 눌러 앉히고 결승에 선착했다. 이에 따라 BC카드배는 20일 열리는 허영호 8단(25)-구리 9단(28) 간의 승자와 이 9단의 대결로 결판난다. 결승 5번기는 23∼28일 한국기원에서 열린다. 우승상금 3억 원, 준우승상금 1억 원.》
이세돌 9단이 제3회 BC카드배 결승에 올랐다. 결승전 상대는 동갑내기 라이벌 구리9단과 허영호 8단 간의 승자.
○ 이세돌, 관록의 승리
19일 오후 한국기원 1층 대국장에서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현 세대와 차세대 간의 빅 이벤트이기도 했지만 한 판에 최소 7000만 원이 왔다 갔다 하는 바둑이었기 때문이다. 지는 사람은 3000만 원, 이기는 사람은 최소한 준우승 1억 원을 확보하기 때문이다.
돌을 가린 결과 박 9단이 흑을 들었다. 이 9단의 마음에는 한 줄기 어두운 그림자가 지나갔으나 이내 털어버렸다. 이 9단이 전적에서는 3승 1패로 앞섰으나 최근 열렸던 대국(지난해 제6기 한국물가정보배)에서 진 데다, 4국 모두 ‘흑번 필승’이었기 때문이었다.
이 9단은 느리고 단단하게 두어오는 후배 박 9단에게 초반 집 부족에 시달렸다. 그래서 이리저리 특유의 흔들기로 나섰다. 위기의 순간도 있었으나 중반 이후 우상귀에서 거의 죽어 있던 백 대마를 패를 이용해 살려내면서 승리했다. 백을 들고서 처음으로 이겼다. 3집 반 승.
○ 구리일까, 허영호일까
또 다른 빅카드인 허영호 8단과 구리 9단 간의 대국도 팽팽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 사람은 지금까지 6번 싸워 3승 3패로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한때 중국 1위로 세계 바둑을 호령했던 구리 9단은 현재 자국랭킹 4위이고, 공교롭게도 허 8단도 한국랭킹 4위다. 4위끼리 자존심을 건 대국이기도 하다.
허 8단으로서는 지난해 삼성화재배 결승에서 구리 9단에게 1 대 2로 패해 첫 세계대회 우승의 영예를 놓쳤다. 그 때문에 이번에는 구리 9단을 제물로 삼아 세계대회 첫 우승에 도전하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올해 성적이 12승 5패인 허 8단은 2006년 신인왕전, 2007년 마스터스토너먼트대회에서 정상에 오른 적이 있지만 본격 기전 타이틀은 아직 차지하지 못했다.
이 대회 초대 우승자인 구리 9단의 각오도 만만찮다.
이세돌 9단으로서는 누가 결승에 올라오든 가리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번 승리까지 올해 17승 3패(85%)로 승률 1위다. 또 최근 원익배에서 우승해 국내 모든 기전을 석권하는 그랜드슬램을 이뤄내 승승장구하고 있다. 조훈현 이창호 9단에 이은 대기록이다.
허 8단과는 통산전적 7승 2패로 우위를 달리고 있다. 특히 올해 1월 한국바둑리그 플레이오프에서 승리한 것을 비롯해 5연승을 거두고 있다.
또 같은 나이의 라이벌 구리 9단과는 11승 11패로 전력 면에서 팽팽하다. 지난해 3번의 대국을 보면 4월 후지쓰배 8강전에서는 이겼으나, 6월 LG배 32강전에 이어 10월 삼성화재배 8강전에서 연패한 것이 조금 부담이 되는 대목이다. 둘은 또 동년배라 라이벌 의식이 강하다. 1회 때는 구리 9단이, 2회 때는 이세돌 9단이 우승해 이번 대회에 두 기사가 만나면 불꽃이 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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