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작은 정원 큰 행복]키위주스 부은 화분서 키위나무가 파랗게 자라요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23일 03시 00분


어느 날 점심시간에 마시다 남은 키위주스를 책상 위 화분에 쏟아버렸었습니다. 거름이나 되라고요. 그런데 놀랍게도 한 달쯤 뒤에 그 자리에서 싹이 나더군요. 옛날 어른들이 먹다 뱉은 앵두 씨에서 나무가 자랐다고 하시던 말씀을 들은 적은 있지만, 너무 놀랐습니다.

싹이 튼 키위나무 묘목은 지금도 잘 자라고 있습니다. 이런 ‘깜짝 발아’의 이면에는 상당히 흥미로운 원리가 숨어 있습니다. 바로 식물 종자의 ‘잠’을 깨워주는 휴면타파입니다.

대부분의 온대식물 종자는 결실 후 일정기간이 지나야만 싹을 틔웁니다. 가을에 떨어진 종자에서 바로 싹이 나온다고 생각해 봅시다. 어린 싹은 곧 닥쳐올 추운 겨울 동안 얼어 죽고 말겠지요.

이런 이유로 식물 종자는 휴면을 합니다. 휴면을 돕기 위해 종자 안의 생체시계가 추운 날씨를 감지하고, 종자 표면은 물을 튕겨내는 발수성 물질로 덮여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휴면타파는 종자를 인위적으로 휴면에서 깨우는 것입니다. 가정원예를 하는 분들이 연중 아무 때나 싹을 틔우려면 휴면타파가 꼭 필요하지요. 가장 일반적인 것은 냉장고 냉장실에 씨앗을 넣어 인위적으로 겨울을 나게 하거나, 종자 표면에 흠집을 내 수분흡수가 쉬워지도록 하는 방법입니다.

키위주스를 파는 가게들은 재료를 신선하게 보관하기 위해 냉장고를 이용합니다(원래 휴면타파에는 6∼7도에서 600∼800시간 보관이 필요). 이 과정에서 키위 종자는 ‘겨울’을 나게 됩니다.

키위주스에서 싹을 틔우려면 다음 과정을 거치면 됩니다. 키위주스를 이용한 발아법은 경험상 50% 정도의 발아율을 보입니다.

1. 먹다 남은 키위주스에서 과육을 분리하세요. 컵에 물을 부은 후 흔들어주면 씨앗은 아래로 가라앉고 과육은 위로 뜹니다. 이때 과육과 물을 살짝 따라 버리세요.

2. 남은 씨앗을 화분에 붓고 흙을 살짝 덮어주세요. 키위 종자처럼 작은 씨앗을 너무 깊이 심으면 싹이 올라오지 못한답니다. 이때 새 화분보다는 이미 다른 식물이 자라고 있는 화분에 씨앗을 심어 ‘더부살이’를 시키는 것이 좋습니다. 기존 화분에는 사람들이 항상 물을 주기 때문에 씨앗이 말라버릴 가능성이 적습니다.

3. 보름∼한 달 정도 기다리면 씨앗이 발아하기 시작합니다.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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