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영]하버드 명강의, 그들의 육성을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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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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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경제학/천진 지음·최지희 옮김/508쪽·1만9800원·에쎄
◇마이클 샌델의 하버드 명강의/마이클 샌델 지음·이목 옮김/432쪽·1만5000원·김영사

전 세계에서 ‘공부벌레’들이 모이는 미국 하버드대.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이곳의 강의실 풍경을 엿볼 수 있는 책 두 권이 나왔다. 한 권은 그레고리 맨큐 교수를 비롯한 경제학자들의 강의를 소개한다. 또 다른 한 권은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 수업이 이뤄지는 현장을 담았다.

‘하버드 경제학’은 2008∼2009년 진행된 경제학과의 1년 치 전공수업을 옮겼다. 하버드 비즈니스스쿨 연구원이자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주요 수업을 청강한 뒤 재구성해서 정리했다. 첫 번째 소개된 강의는 세계적 베스트셀러 ‘경제학 원론’의 저자 맨큐 교수의 강의다.

하버드대 중앙에 있는 샌더스홀. 1000명 이상 수용 가능한 강의실이다. 가을학기 첫 수업시간에 맨큐 교수는 강의실을 가득 채운 학생들을 보며 “이 강의를 듣는 학생들만으로도 학교를 하나 세울 수 있겠다”는 농담으로 수업을 시작한다. 이어 각종 경제 현안을 하나하나 들어 가면서 수업을 진행한다.

수업 내용은 구체적이다. ‘유류 소비를 줄이기 위해 유류세를 인상하는 것은 옳은 정책인가’라는 질문을 놓고 고찰하는 식이다. 맨큐 교수는 ‘유류세를 인상하면 저소득층의 경제 상황이 악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저소득층은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기 때문에 유류세 인상이 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적다. 또 유류세 수입의 일부를 저소득층에게 환급해 주거나 이들의 개인소득세를 줄여주는 방법도 있다”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불균형도 수업 주제에 올랐다. 중국산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맨큐 교수는 “미중 무역 불균형은 미국의 수출이 감소했기 때문이지, 중국 수입이 늘었다는 게 주요 원인은 아니다”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2000년 이후 다른 국가로의 수출은 감소했으나 대중국 수출이 빠르게 증가한 점을 감안하면 미국은 중국 경제의 급속한 성장에 고마워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재무부 장관, 하버드대 총장을 지낸 로런스 서머스 교수는 2008년 봄 학기 강단에 복귀했다. 17년 만이었다. 그는 ‘세계화’에 대한 강의를 랜트 프리쳇 교수와 공동으로 진행했다. 한 사람이 강의할 때는 다른 사람이 학생들 편에 앉아 질문도 해가면서 참여하는 방식이었다. 어느 날 학생 쪽에 앉아 있던 프리쳇 교수는 “세계화란 미국화가 되는 것을 의미합니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마이클 센델 교수
김영사 제공
마이클 센델 교수 김영사 제공
서머스 교수의 대답. “우리가 현재 경험하고 있는 것은 세계화이지 미국화가 아닙니다. 미국화라는 표현은 냉전 시기에 더 적합합니다. 당시 우리의 맞수는 소련이었고, 미국화는 소련에 상대되는 말입니다. 현재 우리는 어느 국가와도 냉전 상태에 있지 않기 때문에 미국화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또 세계화는 자신만의 규칙이 있어서 모든 것이 미국이 원하는 대로 이뤄지지도 않습니다.”

책에는 각 교수의 성격, 강의 스타일이 생생하게 묘사된다. 읽다 보면 강의실에 앉아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다. ‘마이클 샌델의 하버드 명강의’는 이런 느낌이 한층 강하다. 샌델 교수가 학생들과 나누는 문답이 책의 주요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샌델 교수의 책 ‘정의란 무엇인가’와 기본적으로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이 책은 샌델 교수가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생생한 토론 현장의 열기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샌델 교수의 강의 방식은 소크라테스가 활용한 문답법과 비슷하다.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대신 학생들에게 문제를 제시하고 문답을 통해 답에 이르게 하는 방식이다. 그 과정에서 아리스토텔레스, 이마누엘 칸트, 제러미 벤섬, 존 롤스 등의 핵심 이론을 자연스럽게 설명한다.

그는 매 시간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강의를 시작한다. ‘한 사람의 목숨을 희생시키면 5명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식의 질문이다. 이 질문에 대해 학생들은 찬반이 엇갈리는 의견을 밝힌다. 샌델 교수는 질문의 수위를 조절해가며 논의를 심화시킨다. ‘구할 수 있는 사람이 5명이 아니라 3000명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제비뽑기로 죽을 사람을 정하는 것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희생당하는 사람이 동의한다면 이 죽음은 도덕적인가’ 등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벤섬의 ‘공리주의’에 대해 자연스럽게 고민해 보게 된다.

이 책은 ‘생명에 값을 매길 수 있는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왜 사람을 이용해선 안 되는가’ ‘애국심과 정의, 어느 쪽이 소중한가’ 등 샌델 교수가 한 학기 동안 다룬 주제를 그대로 전달한다. 지면으로 중계되는 그의 수업은 흥미진진하다. 샌델 교수가 실제 사례, 또는 현실에서 나타날 수 있는 가공의 사례를 적절히 들고 그 사례를 중심으로 얘기를 풀어 나간다.

여기에는 철학에 대한 샌델 교수의 생각이 반영됐다. “철학이라는 말만 듣고 ‘어려울 것 같다’는 얘기를 더는 하지 않았으면 한다. 철학은 지극히 친숙한 문제 설정에서 출발해 차츰 심화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의 강의는 종횡무진 고대와 현대를 넘나든다. 한편의 드라마와 같이 큰 줄거리를 형성해 나가며 그 과정에서 사회학, 정치학 등 다른 학문들을 통해 철학을 이끌어냄으로써 지적 긴장도와 흥미를 한껏 높인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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