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신경숙 씨의 ‘엄마를 부탁해’가 미국 뉴욕타임스의 베스트셀러 순위에 진입한 가운데 한국 문학이 세계 시장 진출을 위해 나가야 할 방향을 논의하는 포럼이 미국에서 열린다.
한국문학번역원이 27일∼5월 2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버클리에서 갖는 ‘미국 포럼’. 올해 3회째를 맞은 이 행사에는 소설가 김주영, 최윤, 정영문 씨와 평론가 김용희 평택대 교수, 우찬제 서강대 교수가 참가한다.
‘엄마를 부탁해’는 엄마라는 보편적 주제를 다뤄 미국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 냈다. 이에 따라 마케팅, 번역의 노력뿐만 아니라 문학적 보편성 획득이 해외 독자를 잡기 위한 과제로 대두됐다.
김주영 씨는 ‘가난’을 그 키워드로 제시했다. 그는 ‘가난을 원료 삼은 풍요로운 길-한국 문학을 통해 본 한국인의 불굴 DNA’라는 발제를 통해 “한국 문학이 격변의 현대사를 지나오는 동안 뼛속 깊이 사무친 궁핍은 (작품의) 주제이면서 당연한 배경이 됐다. 하지만 가난을 비극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해학과 웃음, 그리고 공동체의 상호 연대로 어려움을 풀어냈다”고 분석했다.
‘엄마를 부탁해’의 바탕에도 ‘가난’이 있다고 김 씨는 설명했다. 그는 “문학의 기저에는 가난의 이미지가 흐르고 이는 한국뿐 아니라 미국도 같다. 가난한 상황에 대해 울면서 호소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이를 에너지의 원동력으로 받아들이는 주제로 국내외의 공감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말했다.
최윤 씨는 한국의 시대적 억압이 한국 문학을 개성 있게 키웠다고 지적했다. 그는 ‘억압의 전통과 환경, 개성과 민주화의 밑거름되다’라는 제목의 발제에서 “억압과 고난의 환경이 없었어도 한국 문학이 지금의 자리에 있을까”라는 물음을 던지며 “현재 한국 문학이 지니고 있는, 천천히 얼얼하게 배어오는 쓴맛이나 짠맛, 톡 쏘는 신맛의 매력은 억압의 현대사 속에서 피어났다”고 분석했다. 그는 “신경숙 작가 이후 한국 소설이 나가야 할 방안에 대해 여러 고민이 있지만 결국 특정 주제나 소재에 집착하기보다는 인간 존재나 문학의 근원을 탐구하는 깊이 있는 ‘진짜 문학’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정영문 씨는 ‘한국 내 실험적인 소설들의 흐름’ 발제에서 “많은 외국인이 한국 문학에 사회 참여적 소설들만 있다고 여기는데 순수한 문학적인 실험을 한 작품도 상당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용희 교수는 ‘영상 시대의 한국 문학’, 우찬제 교수는 ‘한국문학 속의 한국, 폐허에서 번영을 바라보다’는 주제로 발표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