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춤출땐 다리장애 딛고 공중을 훨훨 날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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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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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29일까지 공연 ‘바레카이’ 천사역 맡은 장애인단원 데르긴 토크마크 씨

‘바레카이’에서 데르긴 토크마크 씨가 연기하는 림핑 에인절은 날개를 잃고
좌절한 이카루스가 다시 비상을 꿈꾸도록 자극한다. MAST엔터테인먼트 제공
‘바레카이’에서 데르긴 토크마크 씨가 연기하는 림핑 에인절은 날개를 잃고 좌절한 이카루스가 다시 비상을 꿈꾸도록 자극한다. MAST엔터테인먼트 제공
내한 공연 중인 태양의 서커스 ‘바레카이’에서 다리 저는 천사 ‘림핑 에인절’로 출연하는 데르긴 토크마크 씨(38). 그야말로 진짜 이카루스인지 모른다. 너무 높이 날다가 태양열에 밀랍 날개가 녹아 숲 속으로 추락한 뒤 신비한 생명체들의 도움을 받아 다시 나는 법을 배운다는 공연 속 이카루스의 얘기가 그의 실제 삶과 닮았기 때문이다.

토크마크 씨는 1세 때 소아마비에 걸려 두 다리를 못 쓰게 됐다. 하지만 각고의 노력 끝에 세계적인 힙합 댄서로 성공했고 세계 최고의 곡예사들이 즐비한 ‘태양의 서커스’ 극단에 스카우트됐다. 바레카이 공연에서 토크마크 씨는 목발 2개에 의지한 채 현란한 춤을 춘다. 5분 남짓의 단독 춤 마지막 장면에서 그는 목발로 몸을 지탱하면서 두 다리를 양쪽으로 활짝 펼쳐 날개를 잃고 절망에 빠진 이카루스에게 ‘당신도 다시 날 수 있다’는 용기를 준다. 그의 춤사위가 너무도 강렬해 그가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눈치 채는 관객은 많지 않다.

22일 공연 리허설을 앞두고 무대 뒤편에서 분장 중인 토크마크 씨를 만났다. 반쯤 분장한 모습에 휠체어에 의존하는 현실의 그와 무대에서 이카루스의 재기(再起)를 돕는 천사의 모습이 겹쳐졌다. 근육질의 단단한 상체는 휠체어 위에 포개진 앙상한 두 다리와 대조됐다. 그는 터키계 독일인이지만 인터뷰는 영어로 진행했다.

토크마크 씨는 2003년 태양의 서커스에 합류하기 전부터 브레이크 댄서와 힙합 댄서로 활약했다.

“어릴 때부터 춤추는 것을 좋아했어요. 그러다 열세 살 때 ‘브레이킹’이라는 영화를 보게 됐는데 그 영화 주인공이 다리를 사용하지 않고 팔로만 브레이크 댄스를 추더군요. 그걸 보고 ‘저 사람이 할 수 있다면 나도 할 수 있겠다’ 싶었죠.”

그 뒤 차차 브레이크 댄스와 힙합 댄스에 심취했다. “발레는 정형화된 외모가 필요하고 정형화된 동작이 있잖아요. 하지만 브레이크 댄스는 음악을 느끼고 몸으로 멋있게 표현하면 되거든요. 힙합 댄서들도 내 춤을 보고 ‘그래 그것도 춤이다. 멋있다’고 인정해줬어요.”

부모는 자식을 보호하려는 마음에 반대했지만 그는 댄서가 되겠다는 꿈을 밀어붙였다. 17세 때인 1990년엔 자신의 첫 힙합 댄스 그룹을 결성해 본격 활동에 나섰다. 1993년 유럽의 거리 댄스 콘테스트에서 1등을 차지하며 실력도 인정받았다. 유럽은 물론이고 미국에도 순회공연을 다녔고 네덜란드 등 방송에도 다수 출연했다. 그러다 태양의 서커스와 인연이 닿았다.

“태양의 서커스 측은 이미 림핑 에인절이라는 캐릭터를 구상한 상태에서 걸맞은 댄서를 찾고 있었어요. 누군가가 저를 추천했고, 태양의 서커스 본부가 있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5일 동안 강도 높은 워크숍을 거친 뒤 합류가 결정됐죠.”

지금도 그는 무대에 오를 때마다 손이 떨릴 만큼 긴장한다고 했다. “하지만 일단 막이 오르면 모든 긴장이 사라져요. 전혀 딴 사람이 된 것 같아요. 아름다운 조명과 음악이 있고 객석을 가득 채운 관중이 있습니다. 춤 출 때는 빛의 공이 돼 훨훨 나는 것 같아요. 무대 위에서는 매 순간 행복합니다.”

‘춤을 통해 뭘 전하고 싶냐’는 질문에 그는 “춤은 제게 열정이고 사랑입니다. 제 춤에서 ‘누구든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을 한다면 어떤 것이든 가능하다’는 느낌을 받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다. “7월에 태양의 서커스와 계약이 끝납니다. 이후엔 자서전을 출간하고 다큐멘터리를 제작할 거예요. 아마 내년이 될 것 같습니다.”

바레카이는 다음 달 29일까지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내 전용공연장에서 공연한다. 6만∼22만 원. 02-541-6235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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