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북 카페]美 윌리엄 코핸의 ‘돈과 권력’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30일 03시 00분


“골드만삭스 치부 낱낱이 해부”
메스 들이댔지만 날은 무뎠다

미국의 칼럼니스트인 맷 테이비는 금융위기 여파가 한창이던 2009년 7월 격주간지 ‘롤링스톤’에 쓴 ‘위대한 미국의 버블 기계’ 기사에서 골드만삭스에 대해 “돈 냄새가 나는 것이면 무엇이든 빨판을 대고 빨아들이는, 사람의 얼굴을 한 뱀파이어 오징어”라고 썼다. 이 표현은 미국인들 사이에 큰 반향을 일으켰고 골드만삭스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상징적인 문구가 됐다.

미국 월스트리트를 대표하는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월가 대표 금융회사의 면모를 유지해 왔다. 금융위기의 와중에 많은 은행과 보험사, 투자은행들이 위기를 겪었지만 골드만삭스는 다치지 않았다. 오히려 승자만이 살아남은 월가에서 더 큰 파이를 차지하며 영향력을 키웠다.

전직 투자은행가이자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윌리엄 코핸이 쓴 ‘돈과 권력(Money And Power·사진)’은 이런 골드만삭스에 메스를 가한 책이다. ‘골드만삭스는 어떻게 세상을 지배하게 됐나’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1869년 독일계 유대인인 마르쿠스 골드만이 설립한 이래 골드만삭스가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어떻게 경쟁자들을 물리치며 돈을 벌어왔는지를 658페이지에 이르는 장편 스토리로 풀어나간다. 코핸은 투자은행 베어스턴스의 몰락 과정을 생생하게 쓴 ‘카드로 만든 집(House of Cards)’으로 2007년 ‘파이낸셜타임스·골드만삭스 선정 올해의 경제경영서’ 상을 수상한 바 있다.

골드만삭스가 많은 사람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금융회사인 만큼 이 회사를 분석한 책들도 여럿 나와 있다. 특히 1967년 스티븐 버밍햄의 ‘우리의 군중: 뉴욕 시의 위대한 유대인 가족(Our Crowd: the Great Jewish Families of New York City)’, 1954년 존 갤브레이스의 ‘대폭락, 1929년(Great Crash, 1929)’, 2008년 찰스 엘리스가 쓴 ‘파트너십(The Partnership)’ 등이 골드만삭스를 파헤친 책들로 자주 인용된다. 그중에서도 엘리스의 ‘파트너십’은 골드만삭스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 필독서로 꼽힌다.

‘돈과 권력’이 이 책들과 다른 점은 ‘버블 기계’ 기사를 쓴 테이비의 시각에서 골드만삭스에 접근하려 시도했다는 점이다. 코핸은 단순히 골드만삭스의 역사를 보여주기보다 골드만삭스가 어떤 점에서 비판받아 마땅한지에 대해 접근하려 했다.

책 서두에서 그는 “골드만삭스는 경쟁업체들이 따라올 수 없는 파워와 커넥션을 동원해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엄청난 이익을 취해왔다. 골드만삭스에게 일반인들의 이익은 안중에도 없었다”고 비판한다. 이어 금융위기 과정에서 골드만삭스가 모기지 증권으로 어떻게 돈을 벌었는지, 고객사에게서 얻은 비밀 정보를 얼마나 교묘하게 활용했는지, 정치권 및 정부 고위 관료와 어떻게 커넥션을 만들어왔는지 등을 풀어나간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비판적인 시각은 사라지고 점차 골드만삭스의 역사에 대한 단순한 개론서로 읽히게 된다는 느낌이 든다. 이 때문에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 언론은 서평에서 “비판적인 글을 쓰려 했다면 더 날을 세웠어야 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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