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변화를 꿈꾸는 30대 남녀의 일탈 지나친 의역은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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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3일 03시 00분


번역극 ‘미드썸머’
연출★★★ 대본★★★☆ 연기★★★ 무대★★★

헬레나(예지원·왼쪽)
와 밥(서범석)의 좌충
우돌을 그린 2인극
‘미드썸머’의 관극 포인트는 다양한 소품을
활용한 어른들의 놀이에 동참하는 것이다.
오디뮤지컬컴퍼니 제
헬레나(예지원·왼쪽) 와 밥(서범석)의 좌충 우돌을 그린 2인극 ‘미드썸머’의 관극 포인트는 다양한 소품을 활용한 어른들의 놀이에 동참하는 것이다. 오디뮤지컬컴퍼니 제
불혹을 앞둔 30대 후반의 나이. 누구나 한 번쯤 새로운 변화를 꿈꾸지만 결국 일상에 안주하는 것으로 끝나기 쉬운 시절이 아닐까. 로맨틱 성인 코미디 ‘미드썸머’(데이비드 그레이그 작·양정웅 연출)가 영국 번역극임에도 국내 관객에게 호소하는 것은 그 나이가 갖는 보편성 때문이다.

축제가 한창인 영국 에든버러. 하지만 만으로 꾹꾹 눌러 서른다섯 노처녀 변호사인 헬레나(예지원)는 외롭기만 하다. 1년 중 가장 밤이 짧은 하지(夏至) 전날 데이트 상대에게 바람을 맞고 우울함이 극에 달한 헬레나는 술집에서 남자를 유혹해 뜨거운 밤을 보내기로 결심한다. 그 대상으로 점찍은 상대는 동갑내기 이혼남이자 조직폭력배 똘마니인 밥(서범석).

두 사람은 만취 상태에서 뜨겁게 밤을 보내고 헤어지지만 다음 날 오후 우연히 만나 다시 하루를 함께 보내기로 한다. 이날 마침 생일을 맞은 밥은 은행에 입금하기로 한 보스의 돈을 다 써버리기로 작정하면서 파티는 더욱 달아오른다. 성격도 살아온 삶도 판이하게 다르지만 변화를 갈구한다는 점에선 비슷한 두 사람은 ‘한여름 밤의 꿈’ 같은 짧은 일탈을 좀 더 길게 가져가기로 결심한다.

배우들이 직접 통기타를 치며 노래하고, 다양한 소품을 사용하는 이 연극은 전반적으로 아기자기한 수채화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극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끊는 튀는 대사는 번역극이 갖는 한계다. 가령 다음 날 아침 숙취 상태의 헬레나가 “내 숙취가 개라면 똥개, 내 숙취가 영화라면 4시간짜리 프랑스 영화”라고 노래하는 부분은 의역이 지나치다는 느낌을 줬다. ‘대략난감’ 같은 유행어의 사용은 30대 중반의 주인공에겐 어울리지 않았고 ‘×밥’ ‘씨××’ ‘개×××’ 등의 비속어도 튀는 느낌을 줬다.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 이후 10년 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온 예지원 씨는 사랑스럽고 귀여운 구석이 있는 헬레나는 보여줬지만 전문직 여성의 차갑고 이지적인 이미지를 보여주진 못했다. 주로 뮤지컬 무대에서 무게감 있는 연기를 펼친 서범석 씨는 안정적 가창력 못지않게 순발력 넘치는 연기력을 함께 보여줬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i:밥 역에 서범석 씨와 뮤지컬 배우 이석준 씨가 번갈아 출연한다. 5만 원. 6월 12일까지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1588-5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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