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이탈리아 토털 남성 패션브랜드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플래그십스토어. 쇼윈도 앞에 서면 구두 등을 전시해 놓은 토르소(팔다리가 없는 사람의 몸통 형상) 모양의 목재 전시대와 역시 마네킹을 토르소 모양으로 둘러싼 금속 소재의 가위 장식물이 반겨준다.
토르소가 패션 브랜드로서 제냐의 정체성을 드러낸다면, 가위 장식은 이탈리아의 직물 공장에서 시작해 오늘날 슈트는 물론 캐주얼웨어, 잡화 등을 아우르는 토털 남성 패션 브랜드로 성장한 제냐의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상징물인 셈이다.
일반 소비자에게 에르메네질도 제냐는 럭셔리 슈트 브랜드로 각인돼 있지만, 문을 열고 매장 1층에 들어서면 처음 만나는 것은 가방, 벨트 등 가죽 잡화제품과 아이웨어, 향수 등 패션소품 및 경쾌한 색상이 눈길을 끄는 캐주얼웨어 ‘제냐 스포츠’의 아이템이다. 경쾌한 데님 바지나 입지 않을 때 깔끔하게 옷을 접어 넣을 수 있는 수납 주머니가 안감에 달린 윈드브레이커 등에선 제냐라는 브랜드에서 예상치 못했던 발랄함과 활력이 느껴졌다.
짙은 갈색 목재로 마감된 계단을 따라 2층 매장으로 오르다 보면 1층과 2층을 연결하는 수직 벽면을 따라 문살무늬가 인상적인 한국 전통의 문 장식이 길게 뻗어 있는 것이 눈에 띈다. 고객이 매장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것을 제일로 삼는 제냐가 중국 상하이 매장에 이어 현지의 전통 디자인 요소를 점포 인테리어에 적용한 두 번째 사례라는 설명이다.
세계적인 건축가 잔 마리아와 로베르토 베레타가 이 매장을 디자인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인테리어 자재와 가구 등이 제냐의 제품들과 자연스럽게 조화되는 것이었다. 매장 곳곳에 사용된 로즈우드 프레임과 스티칭 방식으로 만든 가죽 소재 선반은 매장 방문객들에게 차분하면서도 섬세한 디테일로 제냐가 추구하는 가치를 표현한다.
2층 매장은 제냐의 포멀 정장라인 ‘살토리얼’과 최고급 수제 정장 라인 ‘쿠튀르’ 컬렉션을 만나볼 수 있는 공간이다. 올해 봄여름 시즌의 주목할 만한 아이템 ‘쿨 이펙트 워드로브’도 놓칠 수 없다. 제냐의 원단 가공 노하우를 집대성한 특수 염색공정을 사용해 짙은 색상임에도 햇볕 반사율을 크게 높여 착용자의 체감온도를 낮춰준다고 한다.
제냐 플래그십 스토어는 각각의 전시공간을 ‘패키지’라고 불리는 단위로 나눠서 슈트, 셔츠, 타이 등을 세트로 전시한다. 한 패키지 안에 전시하는 아이템끼리는 어떤 것과 매칭해도 무난하게 어울리게 배치해 자신의 스타일링을 아내에게 의존해 왔던 남성들에게 패션 아이템을 고르는 재미를 제공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2층의 VIP룸과 테일러룸도 개성 넘치는 공간이다. 이탈리아 본사의 남성복 장인에게 의뢰해 수작업으로 만드는 ‘수 미주라’ 정장과 셔츠 등을 피팅하는 VIP룸에서는 100년이 넘는 제냐의 역사를 담은 사진 등을 감상하면서 통창 너머 테일러룸에서 테일러마스터가 옷을 수선하는 모습 등을 지켜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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