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 67에 백 68이 무리수. 오정아 초단이 새내기다운 패기로 초반 패싸움에서 득을 본 여파일까. 이 부분을 너무 쉽게 처리해 화를 자초했다. 참고 1도처럼 백 1, 3으로 두어야 할 자리였다. 호각의 형세. 이렇게 되면 상변 백 진영과 하변 흑 진영이 마주 보며 대치하면서 어울린 긴 바둑이었다.
오 초단은 내친김에 백 74, 76으로 기분을 냈다. 모두 조여 붙이며 단수치는 손맛은 좋았지만 별게 없었다. 좌변의 백돌들을 얼기설기 이어 붙여 밖으로 나섰지만 집도 절도 없이 쫓기게 됐다. 한순간에 백이 엷어졌다.
흑 73으로 참고 2도처럼 흑 1로 백을 잡는 것은 전형적인 소탐대실(小貪大失). 흑은 백 4점을 잡아 10집 정도 벌었지만 백 ‘가’가 항상 선수로 듣고 있어 백은 ‘나’까지 뛸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흑 집에 백이 안방 차지하는 격이어서 10집 이상의 손실을 입게 된다.
백홍석 8단은 흑 79부터 85까지 멀리서 우변을 다져간다. 몸은 우변에 있지만 마음은 좌변 백 대마를 노리고 있다. 백 8단은 때가 무르익었다고 보고 흑 87을 힘차게 내리꽂는다. 그 순간 오 초단의 손길이 멈추면서 움직일 줄 모른다. 본능적으로 위기임을 직감한다. 어떻게 둬야 상변을 다치지 않고 처리할 수 있을까 고민이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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