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월급 받는 가수는 아마 처음일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6일 03시 00분


음원 월정액 계약 김진표신곡 랩 뮤비도 혼자 만들어 “레이싱팀서도 월급 나와요”

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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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표(34·사진)는 ‘월급쟁이’ 가수다. 기획사에서 계약금을 받는 대신 음원 유통사 벅스뮤직과 매월 일정 금액을 받는 조건으로 계약했다.

“두 아이의 아빠이다 보니 고정 수입이 보장되는 게 낫다고 생각했어요. 음반시장이 불황이라 예전처럼 계약금을 많이 줄 수 있는 기획사도 없고요.”

싱글 ‘가지말걸 그랬어’를 발표한 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진표는 “월급쟁이 가수는 내가 처음이겠지만 앞으론 나 같은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지도 모른다”며 씩 웃었다.

‘가지말걸…’은 옛 연인의 결혼식에 가 본 남자의 심리를 묘사한 노래다. 결혼식 전날 떠오르는 궁금증과 원망, 갈등부터 식장에서 느끼는 복잡한 감정까지 세밀하게 그려냈다. 가사에 담긴 심리가 너무도 생생해 “본인 체험이냐”고 물었더니 껄껄 웃었다. “뮤지컬 ‘위대한 캐츠비’ 속 남자 주인공의 대사 중 ‘가지말걸 그랬어’에 꽂혀서 만든 거예요.”

쉴 새 없이 쏟아내는 랩을 들으면 입이 떡 벌어진다. 대개 1절에 16마디만 들어가는 게 보통인데 이 노래는 1절에 36마디가 속사포처럼 쏟아진다. 2∼3년 전부터 유행처럼 번진 ‘후크송’과 비교하면 파격적인 구성이다. “제가 가장 잘하는 게 랩이잖아요.”

그는 ‘가지말걸…’ 뮤직비디오의 기획부터 출연 감독 편집 촬영 작업까지 총괄했다. 사진 2만 장을 찍고 그중 7000여 장을 인화해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이미지가 움직이는 듯한 ‘플립북’ 효과가 나도록 편집했다.

음악과 카메라 말고 김진표가 ‘미친’ 분야가 또 있다. 카레이싱이다. 2006년 취미로 시작했는데 2008년 슈퍼 1600클래스에서 종합 1위를 했다. 2009년 말엔 GM대우(현 쉐보레) 레이싱팀에 입단해 프로 레이서가 됐다. 레이싱팀에서도 월급을 받는다. 지난해 성적은 슈퍼 2000클래스 종합 3위. “레이싱팀에서 정식 입단 제의를 받고, 저를 연예인이 아니라 프로로 봐주었다는 생각에 희열을 느꼈죠.”

가수와 카레이서, 이번엔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가는 그이지만 앞으로의 계획은 물음표다. 사진전을 열자는 제의도 많이 받지만 ‘객관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때’로 미뤘다. “편안하게 하고 싶은 걸 하려고 해요. 예전에 했던 밴드 노바소닉을 다시 할까 하는 생각도 있어요.”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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