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주, 연예인, 보스, 재벌…’ 별명이 다양한 만큼 이들을 보는 시각도 편이하게 다르다. 일부에선 진정한 교육 전문가라고 치켜세우지만 ‘공교육 파괴의 주범’이란 싸늘한 시선 역시 공존한다.
강사들은 주장한다. “예전과 달리 학원 강사란 직업도 이젠 투명해졌다고 교육자로서 인정받을 자격이 있다”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교육자의 탈을 썼을 뿐 돈만 좇는 장사꾼’이란 생각을 거둘 생각이 없다. 대한민국을 ‘사교육 천국’으로 이끈 주역이자 최대 수혜자인 스타강사. 강사본인들은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또 학부모와 학생들은 이들을 어떻게 볼까.
‘O2’는 이런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학원 강사, 학부모, 학생 각 30명(총 90명)을 설문조사했다. 이들 세 그룹에 모두 같은 질문을 던져 공통점과 차이점을 살펴봤다. 설문에 참가한 강사들은 월평균 1000만 원 이상 수입을 올리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소재 학원 강사들. 학부보와 학생들도 모두 강남, 서초구에 살고 있다.
강사는 ‘강의전달력’(65점)을 첫손에 꼽았다. 강사A씨는 “사실 내용이야 큰 차이가 없다. 그걸 어떻게 포장하고 표현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고 했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강사중 ‘인맥’을 꼽은 응답(28점)이 학부모(9점)와 학생(5점)에게서보다 훨씬 많이 나왔다는 점. 강사B씨는 “강남 학원가의 소문은 상상을 초월한다. 학원장, 학부모 등과의 관계에서 소문이 잘못 나면 그날로 매장되기 십상”이라고 했다. 학부모는 ‘강의 내용’(63점)과 ‘경험’(46점)에 가장 높은 점수를 줬다. 학생은 ‘강의 내용’(48점)과 ‘강의 전달력’(45점)외에 ‘말솜씨’(35점)와 ‘외모’(21)점에 상대적으로 비중을 크게 둬 눈길을 끌었다.
대체적으로 학부모다 스타 강사의 기준을 높게 잡았다. 학부모 가운데에는 ‘20억 이상’과 ‘10억원 이상∼20억 미만’이라고 답한 사람이 각각 6명과 15명이었다. 반면 강사는 ‘5억원 이상∼10억원 미만’(17명)이 가장 많았다. 강사 C씨는 “사람들은 보통 잘 나가는 강사들이 돈을 긁어모은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1억 원이 누구 애이름인가. 그정도 벌려면 강남에서도 상위 1%에 진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사와 학부모의 시각차가 뚜렷했다. 강사는 ‘적당하다’(12명)에 이어 ‘조금 싸다’(10명), ‘조금 비싸다’(4명)순. 학부모는 ‘조금 비싸다’(21명)가 압도적으로 많았고, ‘너무 비싸다’(5명), ‘적당하다’(3명)가 뒤를 이었다. 학부모 D씨는 “고등학생, 중학생 이렇게 아이가 둘인데 학원비로만 한 달에 300만 원이 넘게 나간다. 남들도 다 보내니 관성처럼 보내긴 하지만 강사들이 ‘사기꾼’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다”며 씁쓸해했다.
강사는 ‘교육자’(10명)를 가장 많이 꼽았다. 강사 E씨는 “학교 교사들이 회식하고 있을 때 우린 연구실에서 교재를 만든다. 그들이 여름방학이라 쉴 때 우린 학원에서 치열한 생존 경쟁을 편친다. 누가 진짜 교육자인가”라고 반문했다. 학부모는 ‘일벌레’(10명)와 ‘재벌’(6명)1,2위로 꼽은 반면, 단 3명만 ‘교육자’를 선택해 강사와 큰 시각차를 보였다. 학부모 B씨는 “솔직히 애들이 성적 올려주는 수단이지 강사가 교육자는 아니지 않느냐 고객이 좀 더 많을 뿐, 과외 강사와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생 중엔 ‘교육자’(14명)를 꼽은 응답자가 오히려 강사보다 많았다. 고교생 F군은 “학생 입장에선 공부를 잘 가르치면 좋은 선생님”이라며 “학교에선 자는데 학원에서 공부한다면 강사에게 더 존경심이 드는 게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강사(5명)는 학부모(2명)와 학생(0명)보다 ‘행운아’를 많이 선택했다. 강사G씨는 “솔직히 대박 강사가 되려면 운8, 실력2라며 정치판보다 더 정치적이고 복잡한 곳이 이쪽 세계”라고 전했다. 강사의 이미지로 ‘연예인’을 떠올린 학생 7명. 중학생H군은 “유명 강사에겐 팬클럽도 있다. 엄청 믿고 다르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것”이라고 말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설문 참가자 학원 강사, 학부모, 학생 30명씩 총 90명(학원 강사는 초소 월평균 1000만 원 이상 수입을 올리는 스타급 강사들. 학부모와 학생은 모두 강남, 서초구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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