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은 좀 추웠습니다. 벚꽃도 늦게 피었지요. 하지만 다행인 점도 있습니다. 봄이 너무 따뜻했으면 이 기사를 쓰지 못했을 것 같거든요. 오늘은 아파트 화단에서 묘목을 채취해 작은 분재로 만드는 법을 알려 드립니다. 기온이 높으면 묘목을 옮겨 심기가 어려워진답니다.
아파트 화단 또는 단독주택 마당의 큰 나무 아래를 살펴보세요. 작은 묘목들이 있습니다. 땅에 떨어진 종자에서 올해나 지난해 봄, 싹이 튼 녀석들이지요. 특히 단풍나무 아래에 묘목이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이런 작은 나무들을 화분에 옮기면 멋진 소품 분재가 됩니다.
묘목을 채취할 때는 뿌리가 상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뿌리째 뽑아내면 거의 모든 식물이 며칠 못 가 ‘사망’합니다. 원예 전문가들은 식물을 옮겨 심는 것을 수술에 비유합니다. 옮겨 심은 뒤 대부분의 식물은 심한 몸살을 앓습니다.
나무의 뿌리를 다치지 않게 캐내려면 줄기 굵기의 5, 6배 길이를 반지름으로 원을 그린 후 땅을 둥글게 파내면 됩니다. 그런데 작은 묘목은 줄기 굵기가 얼마 되지 않습니다. 키를 반지름으로 해서 모종삽으로 파내세요.
다음으로 묘목에서 흙을 살살 털어내세요. 흙이 떨어지지 않으면 무리하지 말고 그냥 심으세요. 아니면 물에 넣어 흙을 녹여내도 됩니다.
이제 준비된 묘목을 적당한 화분에 심으세요. 가장 안전한 방법은 이미 다른 식물이 있는 화분에 심어 ‘더부살이’를 시키는 것입니다. 지난번 키위 때와 마찬가지로 물 주는 때를 놓치거나 하는 일을 막을 수 있습니다. 물론 예쁜 화분에 따로 심으셔도 됩니다. 이럴 때 저는 과습 방지와 통기를 위해 마사토와 배양토를 5 대 5로 섞어 씁니다.
마지막으로 도움말 하나! 옮겨 심은 묘목 위에 잘라낸 페트병이나 유리컵을 덮어 두시면 ‘인큐베이터 효과’를 보실 수 있습니다. 막 옮겨 심은 묘목의 뿌리는 몸살을 하느라 물을 제대로 빨아들이지 못합니다. 반면 잎을 통한 증산작용은 계속되지요. 자칫하면 식물이 말라 죽습니다. 페트병과 유리컵은 습도를 높게 유지해줘 식물의 고사(枯死)를 막아줍니다.
단, 기온이 높을 때 이 방법을 쓰면 오히려 식물이 더위 때문에 죽을 수도 있습니다. 조금씩 더워지는 요즘 같은 때는 페트병에 구멍을 뚫거나 직사광선을 피해 반그늘에 두어야 안전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올빼미 화원’(blog.naver.com/manwha21) 블로그에서 ‘인큐베이터’로 검색하시면 됩니다. 올빼미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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