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대표적 풍속화가인 단원 김홍도(1745∼1806년경)와 혜원 신윤복(1758∼?). 두 대가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비교 감상할 수 있는 상설전시공간이 생겼다.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은 최근 서화관에 풍속화실을 개설했다. 조선시대 풍속화를 독립적인 공간에 전시하기는 1945년 국립중앙박물관 개관 이래 처음이다.
조선 후기 들어 활발하게 제작된 풍속화에는 당시 사람들의 일상이 다채롭게 펼쳐져 있다. 이번에 생긴 풍속화실에서는 단원과 혜원의 풍속화 대표작 20여 점을 전시한다. 단원의 ‘단원풍속도첩’과 혜원의 ‘여속첩(女俗帖)’에 수록된 작품들이다.
작품 하나하나 모두 매력적이지만 소재나 표현 방법, 분위기에서 사뭇 대조적인 두 사람의 작품을 비교 감상하는 것도 흥미롭다.
단원은 서민들의 일상을 사실적이면서도 해학적으로 그렸다. 단오를 맞아 씨름판을 벌이고 있는 사내들, 지붕에 기와 올리는 일꾼들, 가을에 벼 타작하는 농부, 당당한 황소를 몰고 논갈이하는 모습, 삼현육각 연주에 맞춰 신명 나게 춤추는 아이, 서당에서 훈장에게 혼나고 있는 아이, 빨래터에서 허벅지를 드러내고 빨래하는 여인을 훔쳐보는 남정네들 등등. 단원의 풍속화는 현장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생동감이 넘친다. 투박하면서 힘 있는 필선이 돋보인다.
이와 달리 혜원은 도시 양반들의 여흥과 여성들의 일상을 세련되고 화려하게 표현했다. 간송미술관에 있는 ‘혜원 전신첩(傳神帖)’에는 양반과 기생들의 여흥을 표현한 작품들이 수록돼 있다. 양반 사대부와 서민, 승려, 여인 등 다양한 인간상이 어우러져 있으며 남녀의 애정 표현도 과감하다. 새로 연 풍속화실에 전시하는 ‘여속첩’은 아낙네와 기생 등 여성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작품들이다. 머리에 전모를 쓰고 어디론가 부지런히 가고 있는 여인, 담뱃대와 생황을 들고 마루에 걸터앉아 휴식을 취하는 기생, 거문고 줄을 타는 여인 등 조선시대 여성의 일상을 화사하게 담아냈다. 당시 여성들의 복식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이기도 하다.
‘여속첩’은 가부장 사회에서 여성을 주인공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할 만하다. 혜원의 화가로서의 대담함과 당시 변화하는 시대상을 엿볼 수 있는 작품들이다.
풍속화실엔 영상물과 이미지 패널을 설치해 더욱 쉽고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앞으로 다양한 교체 전시를 통해 풍속화실을 가장 한국적인 분위기의 전시공간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한편 중앙박물관은 10일부터 국보 83호 금동반가사유상을 국보 78호 금동반가사유상으로 교체 전시했다. 중앙박물관은 독립 전시실을 마련해 83호와 78호 반가사유상을 교체 전시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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