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복원 ‘서쪽 성벽 연장론’ 다시 힘얻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16일 03시 00분


공정 50%… ‘동쪽 53m- 서쪽 16m’ 비대칭 문제 대두

문화재청이 올해 2월 발표한 숭례문 복원 조감도(왼쪽)와 지난해 서쪽 성벽의 윗부분을 대한상공회의소까지 연장한 모습으로 그려본 복원 조감도. 문화재청 제공
문화재청이 올해 2월 발표한 숭례문 복원 조감도(왼쪽)와 지난해 서쪽 성벽의 윗부분을 대한상공회의소까지 연장한 모습으로 그려본 복원 조감도. 문화재청 제공
15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앞에서 바라본 숭례문 복원공사 현장. 숭례문 서쪽 성벽의 흔적이 보인다. 서쪽 성벽을 도로 앞까지만 복원할 것이 아니라 도로 상공을 가로질러 상공회의소 앞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놓고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15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앞에서 바라본 숭례문 복원공사 현장. 숭례문 서쪽 성벽의 흔적이 보인다. 서쪽 성벽을 도로 앞까지만 복원할 것이 아니라 도로 상공을 가로질러 상공회의소 앞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놓고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지금 나와 있는 조감도대로 복원을 하면 숭례문 좌우 성벽 길이의 차이가 심해 모양새가 좋지 않다. 서쪽 성벽을 대한상공회의소 앞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그래야 숭례문과 좌우 성벽이 제대로 된 모습을 되찾을 수 있다.”

최근 국보 1호 숭례문 복원공사의 공정이 50%를 넘어서면서 숭례문 서쪽 성벽을 연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번 복원공사의 특징은 일제가 철거했던 숭례문 좌우 성벽 일부도 함께 복원한다는 점. 숭례문이 독립된 문이 아니라 조선시대 한양 도성의 남쪽 정문이었다는 사실을 보이기 위해서다. 문화재청의 복원계획에 따르면 동쪽 남산 방향으로는 53m, 서쪽 방향으로는 16m를 복원한다. 서쪽은 도로에 막혀 16m밖에 복원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금 계획대로 복원하면 숭례문을 중심으로 좌우 성벽 길이의 차이가 매우 커진다. 서쪽 성벽은 칼로 잘린 듯 뒤뚱해 매우 어색한 모습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쪽 성벽을 연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

문화재청도 2010년 2월 복원공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래 이 문제를 비공개적으로 검토해왔다. 해결 방안의 하나가 서쪽 대한상공회의소 앞까지 도로 상공으로 성벽 윗부분의 여장(女墻)을 연결하는 것. 여장은 적을 공격하기 위해 성벽 위에 설치하는 요철(凹凸) 모양의 담을 말한다. 여장만 연결하기 때문에 아래로는 차량이 다닐 수 있다. 문화재청은 이 같은 모습의 예상 조감도를 만들어 보기도 했다. 현재 국가건축정책위원회 등 관련 기관과 이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문화재청의 김창준 문화재보존국장은 “숭례문 서쪽 상공회의소 앞의 도로는 서울역에서 경복궁 광화문까지 국가상징거리 조성 구간에 포함되므로 국가상징거리 조성사업을 주관하는 국가건축정책위원회와 성벽 연장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현재로선 합의나 결론이 나온 상태가 아니다. 서쪽으로 연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있고 완전하게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여장만 연결한다면 그게 어떤 의미가 있느냐는 반론도 있다”고 전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경기 수원화성에서도 이 같은 방식으로 성벽을 복원한 바 있다. 수원시와 문화재청은 2000년대 들어 화성의 장안문 옆, 창룡문 옆 등 5군데 도로의 상공으로 성벽 상부를 연장 복원했다. 당나라의 수도였던 중국 시안(西安)의 장안성(長安城)도 이 같은 모습으로 성곽을 복원했다.

수원화성 성벽 복원에 참여했던 화성 전문가인 김준혁 경희대 교수의 말. “처음에 우려는 있었지만 막상 복원을 마치고 나니 모두들 좋아했다. 장안문, 창룡문이 화성의 성문이었다는 의미가 더 부각되면서 수원의 명물로 자리 잡았다. 관광객도 이어지고 있다. 어려움은 있겠지만 숭례문 복원도 이렇게 가야 한다. 궁극적으로 대한상공회의소 옆에 남아 있는 성곽의 흔적까지 성벽을 연결할 필요가 있다.”

서쪽 성벽의 여장을 상공회의소 앞까지 연장하는 일은 결정만 되면 공사는 어렵지 않다. 고난도 작업이 아니기 때문에 공사 일정에 차질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현재 숭례문 복원공사 현장에선 동쪽 성벽 쌓기가 한창이며 복원공사는 2012년 12월 마무리된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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