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의 우상으로 떠올라 ‘삼촌팬’ ‘이모팬’을 양산해내고 한류 돌풍을 일으키기까지 아이돌에 대한 학술적 분석을 시도한 책 ‘아이돌’(이매진)이 나왔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를 중심으로 필진 13명이 1년 8개월간 작업한 성과물이다.
대중음악평론가 차우진 최지선 씨는 ‘한국 아이돌 그룹의 역사와 계보 1996∼2010년’에서 한국 아이돌의 역사를 1세대와 2세대로 나눴다. 1세대는 1996년 H.O.T 데뷔 이후, 2세대는 2004년 동방신기 데뷔 이후다. 1세대 아이돌 시기엔 대형 기획사와 팬클럽 시스템이 정착됐지만 이후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위기를 겪었다. 2세대 아이돌은 휴식기 없이 디지털 싱글을 내다 정규앨범을 내는 형태로 활동 방식이 변화했다. 연기, 오락프로그램 진행 등 다양한 분야로 활동 영역을 넓히고 해외 진출에 성공한 것도 이 시기다.
한자영 씨(도쿄대 한국조선문화연구 석사과정)는 ‘아이도루와 아이돌 사이에서’에서 한일 아이돌을 비교했다. 일본에서 한류란 새로운 소비문화 아이템 중 하나일 뿐이며, 일본에서는 외국 연예인이 인기를 끄는 것이 낯선 현상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했다.
김수아 서울대 기초교육원 강의교수와 김성윤 문화사회연구소 상임연구원은 최근의 걸그룹 열풍과 삼촌팬에 주목했다. ‘소녀시대’ ‘원더걸스’ 같은 걸그룹은 이전과 달리 성적 매력을 강하게 드러낸다. 김 교수는 삼촌팬이라는 명칭이 ‘걸그룹을 좋아하는 남성’에서 성애적 함의를 제거하며, 나아가 걸그룹 자체에 대한 여성주의적 비판도 막는다고 지적했다. 이와 달리 김 연구원은 삼촌팬 현상을 퇴행이나 성적 욕망으로 몰아붙이는 시각을 비판하며 삼촌이라는 단어가 드러내는 친밀성의 정서 구조를 분석했다.
권경우 문화평론가는 최근 아이돌을 둘러싼 성공 담론을 연구했다. 오디션과 오랜 연습생 기간을 통해 화려한 스타로 떠오르는 아이돌의 성공담은 현대판 영웅 신화라고 분석한다. 이는 2000년대 이후 강화된 신자유주의 경쟁 시스템을 대변하는 것이며, 요즘 인기 있는 오디션 프로그램 역시 서바이벌 형식이라는 점에서 아이돌의 성공 담론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그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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