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이정만 책임 심의위원이그동안 본 공연 프로그램을 펼쳐 보였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월요일이 아닌 다른 요일에 그와 저녁식사 약속을 잡기는 어렵다. 월요일이어야 하는 건 그날은 대부분 공연이 쉬는 요일이기 때문. 한국문화예술위윈회 공연물 책임 심의위원인 이정만 씨(50) 얘기다. 그를 아는 공연계 인사들은 국내에서 그만큼 연극 뮤지컬 무용을 많이 보는 사람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이 씨는 2003년 7월부터 보기 시작한 공연이 최근 2000편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지난 한 해 본 것만 415편. 1년 365일 날짜 수보다 많다. 16일 서울 구로구 구로동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만난 이 씨는 “가끔 있는 월요 공연도 찾아 보고, 주말엔 낮, 저녁 공연도 챙겨 보고 여름 방학 기간에는 일주일간 휴가를 내 하루 두 편씩 14편을 봤다”고 했다. 이쯤 되면 거의 중독 수준이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피치 못할 사정으로 공연을 놓치면 괴로울 정도”라고 말했다.
이 씨가 공연을 훑고 다니기 시작한 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기금 운영팀에서 일하다 2003년 지원 대상을 선정하는 심의 부서로 발령난 때부터. 일단 공연계 사람들을 많이 만나 공연계 사정을 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그는 공연 관람 뒤 뒤풀이에 참석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1년쯤 지나면서 공연에 본격적으로 빠져들었다.
“공연도 나름 재미있다는 생각 정도였는데 2004년 대구에서 열린 전국연극제에서 공연을 보고 심사위원의 심사평을 듣다 보니 ‘아 공연이란 이런 거구나’ 하며 눈을 뜨게 됐습니다.”
관람 횟수가 점점 늘어나 2008년 305편, 2009년 379편으로 늘어 지난해 정점을 찍었다. 그는 본 작품에 대한 짧은 소감을 모두 자신의 블로그에 정리해 두기 때문에 관람 편수를 정확히 알고 있다. 분석적으로 공연을 보게 된 그는 지금은 새로운 작품이 올라가면 ‘어떻게 만들었을까’ 궁금해 보지 않고는 못 배길 정도가 됐다. 예전엔 잘 안 보이던 것도 보이기 시작했다. 그는 “이젠 공연 중에 배우가 대사를 잊어버려 즉흥 연기를 한 것도 알아챈다. 공연 뒤 관계자에게 얘기하면 놀라더라”고 말했다.
공연 관람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소득으로 그는 “숨소리와 땀방울까지 느껴지는 생생한 공연을 통해 다른 사람의 삶을 간접 경험하는 것”을 꼽았다. 이 씨는 “처음부터 난해하고 어려운 작품을 보면 공연에 대한 거부감이 생길 수 있으니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쉽고 재미있는 공연부터 시작하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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