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157>何事非君이며 何使非民이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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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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公孫丑(공손추)가 맹자에게 伯夷(백이)나 伊尹(이윤)과 비교하여 선생님은 어떤 위치에 놓이느냐고 물었을 때, 맹자는 백이와 이윤이 행동양식에서 서로 다른 길로 나아갔다고 했다. 맹자는 우선 백이에 대해서는 ‘섬길 만한 군주가 아니면 섬기지 않고 부릴 만한 백성이 아니면 부리지 않아서, 세상이 다스려지면 나아가고 세상이 어지러워지면 물러난 사람은 백이이다’라고 논평했다. 그리고 이어서 맹자는 이윤에 대해 위와 같이 논평했다.

이윤은 夏(하)나라와 殷(은)나라의 교체기에 활동한 인물이다. 그는 하나라 말기에 有莘(유신)의 들판에서 밭을 갈면서 堯舜(요순)의 도를 즐겼다. 은나라 湯王(탕왕)이 이윤을 초빙해서 하나라 桀王(걸왕)에게 나아가게 했으나, 걸왕이 등용하지 못하자 다시 탕왕에게 돌아왔다. 이와 같이 하기를 다섯 번 하다가 마침내 은나라의 재상이 되어 은나라를 도와 하나라 걸왕을 정벌했다.

何事非君은 어느 분을 섬긴들 온당한 군주가 아니랴는 말로, 누구에게 벼슬하든 벼슬하는 이상에는 나의 군주라고 여긴다는 뜻이다. 何使非民은 어느 사람을 부린들 온당한 백성이 아니랴는 말로, 누구를 부리든 부리는 이상에는 나의 백성으로 여긴다는 뜻이다. 治亦進은 세상이 다스려져도 벼슬길에 나아간다는 말, 亂亦進은 세상이 어지러워져도 벼슬길에 나아간다는 말이다.

이윤은 可와 不可를 미리 정하지 않고 오직 義를 따른다는 無適無莫(무적무막)의 태도를 지켰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맹자는 進退(진퇴·벼슬길에 나아가고 벼슬길에서 물러남)의 문제와 관련해서 이윤의 행동양식을 온전하다고 보지는 않았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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