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추기경은 교회법에 따라 만 75세였던 2006년 서울대교구장 사임서를 제출한 바 있다. 추기경 직은 사퇴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교구장 사임에 관계없이 지위가 유지된다. 그러나 정 추기경이 12월 7일 만 80세가 되면 규정에 따라 교황을 선출하는 투표권을 상실한다.
가톨릭교회의 공식기구인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관계자는 “최근 주한 교황청대사관 측으로부터 ‘정 추기경이 교구장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다했다. 후임자를 위한 주변의 평가를 교황청에 보고했고 곧 후임자 임명을 위한 조치가 있을 것이다’는 내용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오스발도 파딜랴 주한 교황청대사가 후임 서울대교구장 임명을 자신의 임기 중 마지막 일로 여기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대교구의 한 고위 관계자도 “올해 말까지 정 추기경의 사임서 수리와 후임자 발표, 후임 교구장 착좌식 등이 이어질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교구 안정을 위해 늦어도 내년 초까지는 모든 일정이 진행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 추기경은 3월 사제 서품 50주년을 기념하는 금경축(金慶祝) 미사에서 “현직에서 금경축을 맞게 해 준 교황청의 배려에 감사하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교계에 따르면 정 추기경의 사임서 수리 시기는 당초 지난해 말로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출신의 은퇴 신부들이 “주교단 성명은 4대강 사업에 대한 우려이지 반대는 아니다”는 추기경의 발언과 관련해 초유의 ‘추기경 용퇴’를 주장한 뒤 늦춰진 것으로 알려졌다.
교황청 소식에 밝은 가톨릭 관련 국제단체의 한 관계자는 “가톨릭 인사에 영향력이 큰 교황청 주한 대사관은 물론 교황청이 추기경 용퇴 주장을 ‘납득하기 어렵고 불쾌한 상황’으로 여겼다”며 “교회 내부의 불협 화음이나 외부 압력에 거부감이 큰 가톨릭교회 분위기를 감안할 때 당연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후임 서울대교구장은 우간다 주재 교황대사인 장인남 대주교가 유력한 가운데 5, 6명의 주교가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인 허영엽 신부는 “정 추기경님의 사임서 수리와 후임 추기경에 대한 얘기가 계속 진행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며 “가톨릭 관례상 인사 문제는 교황청이 공식 발표하기 전까지 교구는 언급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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