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인 정진석 추기경(80)의 교구장직 사임서 수리가 늦어도 올해 말까지는 이뤄질 것이 확실시됨에 따라 후임 교구장 후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평양교구장을 겸하는 서울대교구장은 가톨릭 신자 수나 한국 교회사에서의 비중을 감안할 때 사실상 한국 가톨릭계를 대표하게 된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주교좌 성당이자 한국 가톨릭교회의 상징인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 교구장인 정진석 추기경이 올해 말까지는 물러날 것이 확실시돼 후임 교구장 인사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동아일보DB○ 누가 물망에 오르나
교계에 따르면 아프리카 우간다 주재 교황대사인 장인남 대주교(62)가 현재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다. 장 대주교는 2002년 방글라데시로 부임하면서 한국 가톨릭 역사상 최초의 교황대사가 됐다. 한국 중국 일본 3개국을 통틀어 최초의 교황대사였다.
교구장 퇴임과 후임 추기경 임명 등 고위 성직자 인사는 교황청의 공식적인 발표가 있기 전에는 함구하는 것이 가톨릭계의 관행이다. 그럼에도 지난해 정 추기경의 거취가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장 대주교는 줄곧 유력한 후임 교구장 후보로 거론됐다. 교황청의 신임이 두터운 데다 외교관 출신답게 부드러운 리더십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2007년 우간다 주재 교황대사로 임명하기도 했다.
1976년 청주교구에서 사제품을 받은 그는 당시 청주교구장이었던 정 추기경과도 각별한 관계였다. 이후 장 대주교는 교황청 외교관학과를 거쳐 1985년부터 줄곧 외교관으로 활동했으며 영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라틴어에 능통하다.
일부에서는 장 대주교가 국내 교구 경험이 없다는 것을 약점으로 지적하지만 오히려 이를 강점으로 보는 의견이 많다. 서울대교구의 한 관계자는 “교황청의 경우 교구장은 교구 안정을 위해 복잡한 인맥과 상황 등을 고려한다”며 “교구 내 인사의 경우 내부 갈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타 교구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 김수환 추기경은 마산교구장, 정 추기경은 청주교구장에서 서울대교구장으로 임명된 바 있다.
장 대주교 외에 염수정 서울대교구 총대리 주교(68), 제주교구장이자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66), 의정부교구장 이기헌 주교(64), 춘천교구장 김운회 주교(67) 등 서울대교구 출신의 주교들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 타 교구 출신으로는 교계에서 친화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60)의 이름도 오르내린다.
한때 유력한 서울대교구장 후보로 물망에 올랐던 강 주교는 최근 4대강 개발과 제주 해군기지 등 정치적인 현안마다 정부와 마찰을 빚고 있어 교황청에서 불편하게 보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교황청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1970, 80년대 반독재 민주화운동 시기에는 김수환 추기경 같은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했지만 이제 한국사회의 상황이 달라졌다”며 “교황청은 교구장이 한국 교회를 대표하면서 정부와 불필요한 마찰을 빚는 것을 원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 후임 추기경은 언제?
정 추기경은 서울대교구장직에 관계없이 올해 12월 7일을 기점으로 만 80세가 되면 추기경들이 교황을 선출하기 위해 참석하는 비밀회의(콘클라베)에 참석할 수 없다. 자연스럽게 후임 추기경 서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결론적으로 후임 서울대교구장이 임명된다고 해서 곧바로 추기경으로 서임되는 것은 아니다. 정 추기경의 경우 1998년 서울대교구장으로 착좌한 뒤 2006년 추기경 임명까지 8년이 걸렸다.
주교회의 관계자는 “추기경 서임은 교황 선출 및 피선출권 등과 관련해 국가별 교회의 대표성을 감안하는 정치적인 고려를 해야 한다”며 “올해가 지나면 한국 교회의 경우 콘클라베에 참석할 수 있는 추기경이 한 분도 없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후임 서울대교구장의 추기경 임명 시기가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교황청의 신임이 두터운 장 대주교가 후임 대교구장에 임명될 경우 추기경 서임 시기는 3년 이내로 단축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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