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추기경 ‘서울대교구장 사임서’ 연내 수리 전망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20일 03시 00분


사실상 한국가톨릭 대표 자리… 후임 촉각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인 정진석 추기경(80)의 교구장직 사임서 수리가 늦어도 올해 말까지는 이뤄질 것이 확실시됨에 따라 후임 교구장 후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평양교구장을 겸하는 서울대교구장은 가톨릭 신자 수나 한국 교회사에서의 비중을 감안할 때 사실상 한국 가톨릭계를 대표하게 된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주교좌 성당이자 한국 가톨릭교회의 상징인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 교구장인 정진석 추기경이 올해 말까지는 물러날 것이 확실시돼 후임 교구장 인사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동아일보DB
천주교 서울대교구 주교좌 성당이자 한국 가톨릭교회의 상징인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 교구장인 정진석 추기경이 올해 말까지는 물러날 것이 확실시돼 후임 교구장 인사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동아일보DB
○ 누가 물망에 오르나

교계에 따르면 아프리카 우간다 주재 교황대사인 장인남 대주교(62)가 현재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다. 장 대주교는 2002년 방글라데시로 부임하면서 한국 가톨릭 역사상 최초의 교황대사가 됐다. 한국 중국 일본 3개국을 통틀어 최초의 교황대사였다.

교구장 퇴임과 후임 추기경 임명 등 고위 성직자 인사는 교황청의 공식적인 발표가 있기 전에는 함구하는 것이 가톨릭계의 관행이다. 그럼에도 지난해 정 추기경의 거취가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장 대주교는 줄곧 유력한 후임 교구장 후보로 거론됐다. 교황청의 신임이 두터운 데다 외교관 출신답게 부드러운 리더십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2007년 우간다 주재 교황대사로 임명하기도 했다.

1976년 청주교구에서 사제품을 받은 그는 당시 청주교구장이었던 정 추기경과도 각별한 관계였다. 이후 장 대주교는 교황청 외교관학과를 거쳐 1985년부터 줄곧 외교관으로 활동했으며 영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라틴어에 능통하다.

일부에서는 장 대주교가 국내 교구 경험이 없다는 것을 약점으로 지적하지만 오히려 이를 강점으로 보는 의견이 많다. 서울대교구의 한 관계자는 “교황청의 경우 교구장은 교구 안정을 위해 복잡한 인맥과 상황 등을 고려한다”며 “교구 내 인사의 경우 내부 갈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타 교구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 김수환 추기경은 마산교구장, 정 추기경은 청주교구장에서 서울대교구장으로 임명된 바 있다.

장 대주교 외에 염수정 서울대교구 총대리 주교(68), 제주교구장이자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66), 의정부교구장 이기헌 주교(64), 춘천교구장 김운회 주교(67) 등 서울대교구 출신의 주교들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 타 교구 출신으로는 교계에서 친화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60)의 이름도 오르내린다.

한때 유력한 서울대교구장 후보로 물망에 올랐던 강 주교는 최근 4대강 개발과 제주 해군기지 등 정치적인 현안마다 정부와 마찰을 빚고 있어 교황청에서 불편하게 보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교황청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1970, 80년대 반독재 민주화운동 시기에는 김수환 추기경 같은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했지만 이제 한국사회의 상황이 달라졌다”며 “교황청은 교구장이 한국 교회를 대표하면서 정부와 불필요한 마찰을 빚는 것을 원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 후임 추기경은 언제?

정 추기경은 서울대교구장직에 관계없이 올해 12월 7일을 기점으로 만 80세가 되면 추기경들이 교황을 선출하기 위해 참석하는 비밀회의(콘클라베)에 참석할 수 없다. 자연스럽게 후임 추기경 서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결론적으로 후임 서울대교구장이 임명된다고 해서 곧바로 추기경으로 서임되는 것은 아니다. 정 추기경의 경우 1998년 서울대교구장으로 착좌한 뒤 2006년 추기경 임명까지 8년이 걸렸다.

주교회의 관계자는 “추기경 서임은 교황 선출 및 피선출권 등과 관련해 국가별 교회의 대표성을 감안하는 정치적인 고려를 해야 한다”며 “올해가 지나면 한국 교회의 경우 콘클라베에 참석할 수 있는 추기경이 한 분도 없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후임 서울대교구장의 추기경 임명 시기가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교황청의 신임이 두터운 장 대주교가 후임 대교구장에 임명될 경우 추기경 서임 시기는 3년 이내로 단축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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