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칸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상’ 수상

국내 감독 중 최초로 세계 3대영화제 본상 수상

김기덕 감독이 문제작 '아리랑'으로 제64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주목할 만한 시선상'을 수상했다.

김 감독은 칸 영화제 폐막 하루 전날인 21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칸 드뷔시극장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독일 안드레아스 드레센 감독의 '스톱드 온 트랙'과 이 상을 공동 수상했다. 새로운 경향의 작품들을 대상으로 하는 '주목할 만한 시선'은 이 영화제의 경쟁 부문 등과 함께 본상인 '공식 부문(s¤lection officielle)'에 포함된다.

이번 수상으로 김 감독은 2004년 베를린영화제 감독상('사마리아'), 같은 해 베니스영화제 감독상('빈집')에 이어 세계 3대 영화제에서 모두 수상하는 성과를 올렸다. 세계 3대 영화제 본상을 모두 받은 한국 감독은 그가 처음이다.

김 감독은 2005년 '활'로 '주목할 만한 시선'에 , 2007년 '숨'으로 경쟁 부문에 진출하며 칸영화제와 인연을 맺었다. 14일 현지에서 공개된 '아리랑'에서는 김 감독의 연출부 출신인 장훈 감독을 "자본주의의 유혹 때문에 나를 배신했다"며 욕설을 섞어 비난해 파문을 일으켰다. 장 감독은 김 감독이 시나리오를 쓴 '영화는 영화다'를 연출한 뒤 쇼박스가 투자와 배급을 맡은 '의형제'를 연출해 546만 관객을 동원했다.

'아리랑'에서 김 감독은 또 "해외 영화제에서 상을 받았다고 정부가 훈장을 줬다. 한국을 좋지 않게 그린 장면도 있는데 영화는 보고 주는 건가"라며 국내 영화계와 정부에도 쓴소리를 했다. 김 감독이 혼자 각본을 쓰고 촬영하고 연기한 '아리랑'은 배급사 등이 정해지지 않아 국내 개봉이 불투명한 상태다.

김 감독은 수상 소감을 밝히는 자리에서 "이번 상으로 용기를 얻을 수 있게 돼 기쁘다. 심사위원들에 감사드린다. 감사의 표시로 영화 속 노래 '아리랑'을 부르겠다"고 간략히 밝힌 뒤 조용히 아리랑을 부르는 것으로 소감을 대신했다.

그의 수상에 따라 한국은 지난해 홍상수 감독의 '하하하'에 이어 '주목할 만한 시선상'을 2연패했다. 올해 주목할 만한 시선부문에는 홍 감독의 '북촌방향', 나홍진 감독의 '황해' 등 한국영화 3편을 포함해 모두 19개국에서 21편이 초청됐다.

김 감독은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두 번이나 차지한 프랑스의 거장 브루노 뒤몽, '리턴'으로 2003년 제60회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과 신인감독상을 받았던 러시아의 안드레이 즈비야진세프, 싱가포르의 대표 감독 에릭 쿠 등 쟁쟁한 감독들을 제치고 이번 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