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계에선 한동안 포털업체 네이버의 동향이 큰 관심사였다. 네이버가 오픈마켓 형태로 온라인 책 시장에 뛰어든다는 소문 때문이었다. 그러잖아도 일부 오픈마켓들로 인해 ‘반값 할인’ 경쟁이 치열해진 마당에 ‘공룡 포털’ 네이버의 가세는 이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런 우려 속에서 네이버가 18일 전자책 애플리케이션(앱) ‘네이버북스’를 내놓았다. 이를 통해 네이버가 책 시장에 뛰어든 것은 맞지만 종이책을 온라인에서 파는 형태는 아니다. 네이버북스는 만화, 장르소설, 잡지 등 5만5000여 종의 콘텐츠를 갖췄다. 이 앱을 통해 스마트폰, 태블릿PC 같은 스마트 기기와 PC를 오가며 전자책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 집이나 사무실에서 PC로 보던 전자책을 이동 중에는 스마트 기기로 이어서 볼 수 있는 것이다. 안드로이드 기반의 앱을 먼저 내놓았고 아이폰용 앱도 곧 선보일 예정이다. 콘텐츠도 일반소설과 교양·전문서적으로 넓힐 계획이다.
네이버북스의 출현에 출판계는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구색을 갖춘 온라인 서점이 아니고 전자책만을 다룬다는 점, 콘텐츠의 양과 질에서 뚜렷한 차별성이 없다는 점 때문이다. 하지만 네이버북스의 과금 방식에 ‘대여’와 ‘자유이용권’이 포함된 점은 이들에게 걱정거리다.
네이버북스는 콘텐츠 과금 방식을 △다운로드해 영구 소장할 수 있는 ‘구매’ △제한된 기간에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대여’ △프리미엄 작품을 제외한 모든 작품을 정해진 기간에 이용할 수 있는 ‘자유이용권’으로 구분했다. 구매가격은 종이책의 50∼70%, 대여료는 100∼1000원대이다. 잡지, 카탈로그 등은 무료다.
한국출판인회의 전자출판위원장인 정종호 청어람미디어 대표는 “사람들이 구매보다 훨씬 싼 대여 형식을 많이 이용하면서 책을 빌려보는 문화가 확산되면 정성들여 만드는 고급 콘텐츠 대신 한 번 보고 마는 ‘휘발성 콘텐츠’가 양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정 대표는 “사람들이 무료나 저가의 대여에 익숙해지면 기존 책값에 대한 저항이 커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 온라인서점 관계자는 “아직 ‘구매’ 중심의 전자책 시장도 정착하지 않은 상황에서 대여가 활성화할 경우 초기 단계인 국내 전자책 시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자책은 빌려 봐도 되는 책 정도로 여기는 분위기가 확산될 우려가 있다는 것. 뷔페식으로 책을 볼 수 있는 ‘자유이용권’은 진지한 책 읽기 분위기를 해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네이버북스의 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쪽도 있다. 전자책 이용자 중에는 이동 중 볼 만한 가벼운 읽을거리를 원하는 사람이 많으므로 정식 구매보다 싼 대여를 반길 것이라는 예상이다. NHN의 홍보담당자 김현지 씨는 “빌려보는 건 싸기 때문에 전자책에 관심이 적었더라도 경험해보려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며 “이는 전자책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춰 전자책 시장의 저변을 확대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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