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리 문학상’ 제정 ‘토지’만큼 넓고 깊게 국내외 작가 품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24일 03시 00분


토지문화재단-본보 주최… 상금 1억 첫 수상자 10월 발표

2008년 5월 타계한 ‘토지’의 작가 박경리 선생(사진)이 자신의 이름을 딴 국내 최초의 세계문학상으로 부활했다. 재단법인 토지문화재단과 동아일보가 주최하고 강원도와 원주시가 후원하는 ‘박경리 문학상’이 제정돼 올해 10월 첫 수상자를 발표한다.

재단법인 토지문화재단은 23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19층에서 박경리 문학상 제정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재단은 “민족의 수난사와 시대의 아픔, 그리고 그와 함께 소용돌이치며 흘러가는 삶과 운명들을 끌어안아 문학으로 승화시킨 박경리 선생의 위대한 정신과 업적을 기리기 위해 상을 제정했다”고 밝혔다.

1996년 ‘토지’ 완성 이후 문학상 제정 논의가 계속됐지만 고인은 생존 작가와 관련된 문학상을 제정하는 것보다는 후배 문인과 예술가들을 위한 창작 공간을 마련하길 원했다. 이에 따라 1999년 토지문화관이 건립돼 국내외 작가들의 집필 및 교류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고인의 타계 뒤 강원 원주시, 경남 통영시와 하동군에서 문학상 제정에 관심을 보였고 결국 선생이 오랜 기간 집필 활동을 펼치며 말년을 보낸 원주에서 시상하게 됐다.

‘박경리 문학상’은 소설가가 시상 대상이며 상금은 국내 최고 수준인 1억 원. 개별 작품이 아니라 작가에게 주는 상이다. 특히 외국 작가들에게 문호를 개방한 점이 눈에 띈다.

박경리 선생의 외동딸이자 시인 김지하 원광대 석좌교수의 아내인 김영주 토지문화재단 이사장은 “어머님 세대는 남북 분단, 6·25전쟁, 군사독재 등 너무도 어려운 시대를 살았다. 현재도 남북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데 결국 우리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주변 국가를 비롯한 세계와 소통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올해 첫 수상자는 한국 작가로 한정하지만 내년부터는 외국 작가들에게 문호를 개방한다. 영어 중국어 러시아어 등 언어권별로 해마다 돌아가며 시상할 계획으로, 한국 작가는 매회 후보군에 포함된다.

박경리 선생은 생전에 인촌상과 호암상, 한국여류문학상, 월탄문학상 등을 받았다. 김 이사장은 “어머님은 생전에 상을 받는 것을 별로 달갑게 생각하지 않으셨지만 인촌상을 받고 매우 기뻐하던 기억이 난다”면서 “‘박경리 문학상’을 단순한 문학상이 아니라 인류에게 기여한 국내외 작가들에게 주는 값진 상으로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완 토지문화재단 이사는 “한국의 노벨상으로 발전시키는 원대한 꿈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6월 30일까지 토지문화재단 이사 및 박경리 문학상 위원회 위원 등의 후보 추천을 받는다. 7∼8월 예심, 9월 본심을 통해 10월 6일 수상자를 발표한다. 시상식은 제2회 박경리문학제가 열리는 10월 29일 오후 4시 강원 원주시 흥업면에 있는 토지문화관에서 열린다. 033-762-1382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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