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노의 음식이야기]<42>김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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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일 03시 00분


구운 김가루에 고명 넣어 주먹밥처럼 먹어

김밥은 모두가 좋아하지만 역사가 분명치 않아 때론 유래를 놓고 논쟁이 벌어진다. 김밥을 언제부터 먹었는지, 어디서 비롯된 음식인지 기원은 확실하지 않다. 김밥을 먹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뿐이고, 또 김밥에 단무지가 들어가니 김밥의 원조가 일본 김초밥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여기서 김밥의 뿌리를 추적해 보자. 김밥의 기원을 알려면 먼저 김을 먹은 기록을 찾고 김을 종이처럼 만든 역사를 조사해야 한다.

현존하는 고문헌에서 김을 뜻하는 단어는 고려 말 목은 이색의 시에 처음 보인다. 강릉절도사가 보내준 해의(海衣)를 받고 감사의 시를 썼는데 해의가 바로 김이다. 그러니 최소한 고려 말 이전부터 김을 먹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김이 있다고 바로 김밥을 만들진 못한다. 김밥을 만들려면 김을 종이처럼 만들어야 한다. 지금은 종이 모양으로 만드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만 옛날에는 이끼처럼 가느다란 해초인 김을 종이처럼 만들기가 쉽지 않았던 것 같다.

김을 종잇장 형태로 만들었다는 기록은 조선중기 실학자 이익(1681~1763)의 성호사설에 나온다. 해의라는 것이 있는데 바닷가 바위에서 자라는 이끼를 따서 종잇조각처럼 만든다고 했다.

문헌에는 성호사설에 처음 보이지만 그 이전에 종잇장 모양의 김이 없었다고 단정할 순 없다. 예전에는 해초로 종이를 만들어 사용했는데 바로 태지(苔紙)라는 종이다. 질이 좋은 종이로 대접받아 주로 화선지나 표구지로 쓰는데 중종실록에 태지를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다.

물 이끼나 해초로 종이를 떠서 태지를 만들어 사용하는 기술이 있었다면 바다 이끼인 김을 종이처럼 만드는 것 역시 크게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조선 중기인 중종 이전에 이미 김을 종잇장처럼 만들어 먹었을 가능성이 있다.

김으로 밥을 싸는 김밥에 관한 직접적인 기록은 조선 후기에 주로 보인다. 이규경은 오주연문장전산고에서 구운 김가루로 밥을 뭉쳐 먹는다고 했다. ‘둥글게 뭉친다(작단·作團)’라고 표현했으니 주먹밥이다. 또 순조 때 동국세시기에는 대보름날 채소나 김으로 밥을 싸 먹는데 이를 복쌈이라 한다고 했다. 요즘 대보름에 먹는 김 주먹밥과 같다.

그렇다면 조선 김밥과 현대 김밥 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생김새와 속에 넣는 고명의 차이가 가장 크다. 요즘 김밥에는 기본적으로 단무지, 달걀, 시금치, 소시지가 들어간다. 단무지는 일제강점기부터 들어갔고 소시지는 1960년대 이후다.

조선 김밥은 주로 주먹밥 형태이지만 역시 다양한 고명을 넣었다. 이규경이 묘사한 김가루 주먹밥은 제함반법(製함飯法), 그러니까 고명을 넣은 주먹밥 만드는 법에 보이는데 고명으론 채소부터 생선알, 홍합까지 다양한 재료를 넣는다고 했다. 그러니 지금 김밥과 비교하면 생김새와 재료 내용만 다를 뿐이다.

모양이 주먹밥에서 원통형으로 바뀐 것은 일제강점기 때 김초밥의 영향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고 김밥의 원조를 김초밥이라고 보는 것은 무리다. 일본에서 김초밥인 노리마키(海苔卷き)가 등장한 시기는 1829년이다. 조선에서는 순조 때로, 이 무렵 조선에는 이미 다양한 김밥이 있었다.

그러니 김밥의 발달 과정을 볼 때 한국 김밥과 일본 김초밥이 상호 영향을 준 부분은 있겠지만 각자 독자적으로 발전했을 뿐 어느 한쪽이 원조라고 보기는 힘들다.

<음식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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