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오페라계를 대표하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가 일본 나고야와 도쿄에서 4∼19일 공연을 갖는다. 레퍼토리는 베르디의 ‘돈 카를로’, 도니체티의 ‘람메르무르의 루치아’, 푸치니의 ‘라보엠’. 대지진 이후 일본에서 열리는 공연 가운데선 비중으로 볼 때 첫 메이저 공연으로 꼽힌다. 당연히 일본 팬들의 관심은 지대하다.
그런데 최근 팬들을 실망시키는 뉴스가 발생했다. 일본 투어에 참여하기로 했던 톱 가수들이 방사능에 대한 우려로 공연에 불참하기로 결정한 것. 주역을 맡은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와 테너 조지프 칼레야 등 두 사람이 막판에 불참을 통보했다. 나머지 단원 350여 명은 지난달 30일 일본에 도착했다. 베이스 폴 플리슈카, 바리톤 드미트리 흐보로스톱스키 등도 예정대로 동참했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총감독 피터 겔브 씨는 도쿄 도착 하루 뒤 기자회견을 가졌다. 당연히 두 톱 가수의 불참이 가장 큰 관심사였다. 겔브 씨는 네트렙코의 공연 포기에 대해 “그는 체르노빌 사태 때 러시아에 살았는데 주변의 많은 친지가 암에 걸렸고 그게 맘에 걸린다고 했다. 그런 부정적 생각이 공연에 악영향을 미칠까봐 공연을 포기하겠다고 결심했다”고 전했다. 이런 혼란의 와중에 지휘자 제임스 러바인 씨마저 등을 다쳐 투어에서 빠졌다.
오페라 측은 불과 며칠을 남겨둔 상황에서 급히 대체 가수를 찾고 배역을 조정했다. 우선 ‘돈 카를로’에서 엘리자베스 역을 하기로 했던 바르바라 프리톨리에게 ‘라보엠’에서 네트렙코가 할 예정이던 미미 역을 맡겼다. 엘리자베스 역에는 파리에서 콘서트 중이던 마리나 포플랍스카야가 투입됐다. 칼레야의 빈자리는 아르헨티나에서 휴가 중이던 마르셀로 알바레스가 채웠다. 지휘는 이탈리아 출신 파비오 루이지가 맡았다.
겔브 씨는 “마지막 순간에 그런 소식을 접하게 돼 우리로서도 힘들었지만 우리는 이런 식의 긴급 사태에 대응하는 데 익숙하다”면서 “세계 각지에서 메트를 위해, 또 일본 팬을 위해 급히 합류해준 사람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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