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왜 가느냐고 누군가 나에게 물었지, 후후, 그걸 안다면 내가 지금 이 시를 쓰고 있을까/내가 태어나 배우고 싶었던 것은 단 한 가지, 여행술/…’(시집 ‘모든 가능성의 거리’ 중 시 ‘날개 달린 발로 페이지를 넘기는 천사’에서)
‘저녁 무렵 털털거리는 모터사이클을 몰고 눈 쌓인 상원사 길을 내려온다/눈 쌓인 길 위에 난 바퀴 자국이 티베트 독립운동사처럼 외롭다/…’(시집 ‘삶이라는 직업’ 중 시 ‘선(禪)과 모터사이클 관리술’에서)
시집 두 권을 동시에 냈다. 한 사내가 어두운 빈방에서 혁명의 추억과 낭만, 그리고 사랑에 대한 얘기를 퀭한 시선으로 나지막이 읊조리는 듯하다. 시들은 우울한 날 센티멘털한 친구를 만나는 느낌이다. 빔 벤더스 감독의 독일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1987년)의 전개와 비슷하게 ‘모든…’은 천사의 시선, ‘삶이라는…’은 인간의 시선으로 썼다는 시인의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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