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가 본 이 책]세상을 바꾼 ‘웹의 마술’

◇매크로위키노믹스/돈 탭스코트, 앤서니 윌리엄스 지음·김현정 옮김/
708쪽·3만 원·21세기북스

임일 연세대 경영대 교수

좋은 책이 무엇인지는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감동을 주는 책과 삶에 도움이 되는 책을 좋은 책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매크로위키노믹스’는 삶에 도움이 되는 책이다.

전작인 ‘위키노믹스’에서 저자들은 웹이 어떻게 사람들의 협업방식을 바꾸고, 비즈니스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서 아주 통찰력 있고 설득력 있게 설명했다. 이 책을 읽고 수많은 사람이 웹이 열어가는 새로운 세상을 보았으리라고 생각한다.

새 책인 ‘매크로위키노믹스’는 ‘위키노믹스’에서 한 발짝, 아니 여러 발짝 더 나아가 경제뿐 아니라 사회와 정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웹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방식의 협업과 가치창조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책은 자동차 생산에서부터 녹색에너지, 의료서비스, 예술까지 참으로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위키, 즉 웹을 활용한 대규모의 협업이 어떤 형태로 태동하고 진화하고 있는지 알려주는 일종의 분석보고서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웹을 사용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

흥미 있는 부분을 몇 가지 살펴보자. 리눅스(Linux)라는 소프트웨어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의 대표적인 제품으로서 전 세계 사용자에게 무료로 배포된다. 리눅스의 개선을 위해서 전 세계 최고 수준의 프로그래머 수천 명이 웹을 통해 대규모로 협업을 하고 있다. 즉, 리눅스는 위키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 리눅스의 경제적 가치가 얼마나 될까.

위키가 의료분야에 적용되면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의사들이 웹을 활용해서 협업을 한다면 그것은 어떤 형태가 될 것이며 환자에게는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 과연 환자들은 웹을 통한 진료를 신뢰할 수 있을 것인가. 환자가 신뢰하도록 만들기 위한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21세기 북스 제공

최근에 이집트나 리비아의 민주화 운동에서 트위터와 같은 소셜미디어(social media)가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을 우리는 뉴스를 통해 알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메시지를 전파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이렇게 큰 영향을 미쳤을까. 사람들이 웹이나 소셜미디어를 정치나 사회활동에 어떤 방식으로 활용하여 이러한 큰 결과를 가져왔을까. 웹과 소셜미디어가 정치에 작용하는 메커니즘은 어떠하며 앞으로 웹으로 인해 정치활동이 어떻게 바뀔까.

이 책은 위의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해 준다. 물론 완벽한 답은 아니지만 우리가 생각지 못했던 측면에서 웹과 위키의 영향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특징이자 장점은 다양한 사례를 싣고 있다는 점이다. 한 페이지 안에서도 여러 개의 사례가 등장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위키와 같이 새로운 현상을 설명할 때, 사례를 사용해서 쉽게 풀어가는 것만큼 좋은 방법은 없다. 또 다른 이 책의 특징은 현실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을 이해할 수 있는 큰 생각의 틀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사례만 나열하고 해석은 독자가 알아서 하라는 식의 불친절한 책들과는 달리, 제시한 사례를 이해할 수 있는 생각의 틀까지를 제공한다. 수많은 사례의 숲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사례와 같은 일이 왜 생기며, 이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를 반복적으로 설명한다. 이 책을 열심히 다 읽으면 웬만한 독자는 매크로위키노믹스에 대해서 강의를 할 수 있을 정도다.

물론 이 책도 완벽하지는 않다. 수많은 사례는 효과적인 설명을 제공하기도 하지만 가끔은 필요 이상으로 많다 싶을 때도 있고 이야기가 샛길로 빠지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그렇지만 크게 문제 되지는 않는다. 또한 이 책에서 예로 든 사례들은 어떤 면에서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즉, 상당히 극단적인 성격의 사례를 주로 사용한다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기존의 이코노믹스라는 한쪽으로 굳어진 독자의 머리를 가운데로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반대가 되는 극단적인 사례를 보여주어야 균형이 맞을 것이다. 그래서 저자들이 가능하면 현재의 이코노믹스와 반대되는 극단적인 사례를 일부러 고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전작 ‘위키노믹스’를 이미 읽은 사람들에게는 전작을 접했을 때의 충격과 신선한 느낌이 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책의 다양한 분야의 사례를 읽다 보면 그 분야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고, 새로운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웹이 가져올 미래의 변화를 미리 보고 앞으로의 방향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볼 것을 권한다. 특히 ‘위키노믹스’를 읽지 않은 사람이나 웹이 우리 생활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데에 동의하지 않는 독자들에게는 꼭 읽어볼 것을 권한다.

임일 연세대 경영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