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사람들에게 인장(印章·도장)은 일상의 필수품이었다. 멋과 낭만을 보여주는 예술품이기도 했다. 전통 인장의 매력에 빠져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서울 성동구 한양대박물관이 9월 30일까지 개최하는 ‘인(印), 한국인과 인장’. 한국의 인장과 전각(篆刻·도장 새기는 일)의 문화사를 총정리한 대규모 특별전이다. 고대부터 현재까지의 다양한 인장을 비롯해 인장을 찍은 서화, 인장과 전각에 얽힌 자료 등 500여 점을 선보인다.
‘옛사람의 인장’ 코너는 낙랑시대의 봉니(封泥·진흙봉인), 고려시대 청동인, 조선시대 국가의 상징물이었던 새보(璽寶), 조선시대 관청에서 사용했던 관인(官印) 등 전통 인장을 망라한다. 왕실 사람들이 사용했던 왕실 사인(私印), 조선시대 문인 선비들이 사용했던 사인, 멋지고 의미 있는 문구를 새겨넣은 사구인(詞句印), 부보상(봇짐장수)들이 각종 거래 문서에 사용했던 상무인(商務印), 책에 찍었던 장서인(藏書印), 도장이 찍힌 기와, 말의 몸통에 찍던 낙인(烙印), 한복에 금박을 입힐 때 찍던 금박인(金箔印) 등도 전시된다.
옛날 문인 선비들의 인장은 단순히 이름을 나타내는 데 그치지 않고 예술과 낭만을 추구했다. 17세기 문인 홍석구가 사용했던 ‘제일강산(第一江山)’ 인장은 한 편의 그림을 연상시킬 정도로 아름답다.
옛 고전에 나오는 좋은 글귀를 새겨넣은 사구인도 다수 선보인다. 나뭇잎 모양과 문구를 함께 새겨넣어 한껏 멋을 낸 인장도 있다. 옛사람들의 풍류가 절로 전해온다.
서화에 인장을 찍는 문화도 흥미롭다. 그린 사람이 자신의 인장을 찍고, 감상한 사람이 그 옆에 또 인장을 찍는다. 이 그림을 소장한 사람들까지 인장을 찍어 어떤 작품은 여백이 붉은 인장으로 가득하다. 세월이 흐르면 이 인장까지 그림의 일부가 된다. 전시에선 1917년 안중식 김규진 등 5명이 그린 ‘오청도(五淸圖)’, 오세창의 탁본 등을 선보인다.
여러 인장을 찍어 책이나 병풍 형식으로 꾸민 인보(印譜)도 볼만하다. 장우성 화백이 추사 김정희의 종가를 방문해 추사의 인장을 찍고 감상문을 적은 추사인보, 어보를 찍은 병풍 등이 전시에 나왔다.
‘방촌의 미’ 코너에서는 전각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다. 20세기 초 최고의 예인으로 꼽히는 오세창을 비롯해 한국의 근현대 전각가들의 작품을 소개한다.
‘현대인과 도장’ 코너에선 일상 속의 도장 문화를 다채롭게 보여준다. 김구 안창호 등 독립운동가들이 사용했던 인장, 서정주 박목월 등 문인의 인장, 김수환 추기경과 청담 스님 등 종교인의 인장도 만날 수 있다. 02-2220-1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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