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훈의 클래식 패션 산책]<5>브이존 속의 셔츠, 있는 듯 없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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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10일 03시 00분


셔츠는 홀로 존재감을 발하진 않지만 재킷을 받쳐주는 뼈대 역할을 한다. 제일모직 제공
셔츠는 홀로 존재감을 발하진 않지만 재킷을 받쳐주는 뼈대 역할을 한다. 제일모직 제공
여름이 성큼 다가왔다. 상대적으로 자유스럽고 통풍성도 뛰어난 여성들의 옷차림에 비해 이 계절은 남자들이 옷을 선택하는 데 조금 어려운 숙제를 던져준다. 아무리 여름이라도 비즈니스는 계속되기에, 상대를 배려하는 복장인 슈트나 재킷을 버리고 티셔츠와 반바지만 입고 살 수는 없기 때문이다. 클래식한 복장이 중요하다고 해서 답답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요즘 에어컨 시설이 없는 곳이 드문 만큼 여름에도 비즈니스적인 예절이 필요한 경우나 좋은 레스토랑에서는 정중한 슈트나 포멀한 재킷을 입는다.

여기서 비즈니스 복장이냐 개인적인 복장이냐를 가르는 핵심은 셔츠다. 남자가 티셔츠나 스포츠웨어가 아닌 셔츠를 입는다는 건 일단 복장에 예의를 부여하고 있다는 진지한 선언이다. 아무리 스타일링에 뛰어난 사람이 코디네이션에 마법을 부려도, 셔츠 없이는 비즈니스에 필요한 클래식 슈트나 재킷 차림이 완성되지 않는다. 즉 슈트를 입었다면 셔츠는 그 안에서 타이와 함께 정장을 완성해주는 동시에 겉옷과 인체를 연결하는 속옷의 역할까지 겸한다.

재킷에서도 셔츠는 컬러와 무늬를 통해서 그날의 캐주얼한 기분을 드러내는 심리적인 도구이자 개성적인 장치가 된다. 이처럼 셔츠는 홀로 존재감을 주장하지는 않지만 묵묵하게 슈트나 재킷을 도우면서 전체 복장을 지탱해주는 뼈대다. 또 슈트나 재킷 같은 겉옷과 조화를 이뤄야 하기 때문에, 셔츠를 선택할 때는 브랜드보다 소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몸에 닿는 셔츠는 부드럽고 질 좋은 소재가 필수적이다. 또 슈트나 재킷 안에서 움직임에 방해가 되지 않아야 하므로 몸에 잘 맞으면서도 착용감이 좋아야 한다. 흔히 남성들의 이미지를 높이려면 셔츠와 타이가 보이는 얼굴 아래의 브이존을 강조하란 말이 있다. 절대적으로 옳지 않은 명제다. 브이존 속의 셔츠나 타이가 화려하게 강조되면 정작 사람의 얼굴은 사라져버리고 만다. 오히려 브이존이 드러나지 않게, 있는 듯 없는 듯 한 스타일링이 좋은 인상을 만든다. 그래서 슈트와 함께 입는 드레스셔츠는 화이트와 블루에 한정시키고 캐주얼한 재킷에 어울리는 셔츠는 자연에 가까운 색상으로 조화를 이루도록 하자.

남훈 제일모직 란스미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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