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북카페]中 류류의 ‘쑤샤오제더훈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11일 03시 00분


젊은 여성의 직장-사랑-육아 풍속도
빠르게 변화하는 중국의 고민 해부

한국인이건 중국인이건 20, 30대의 고민은 대체로 비슷하다. 직장 사랑 육아 문제 등. 이 시기엔 누구나 많은 번민에 싸인다. 빠른 변화를 겪고 있는 중국 젊은이들에게 어쩌면 이런 고민은 더욱 강렬하고 복잡하게 다가올지 모른다.

그래서인지 중국 서점가에는 젊은 여성들을 타깃으로 삼아 연애, 결혼 등을 주제로 한 생활밀착형 소설이 제법 많다. 한국에서는 이런 소설들은 비주류로 분류되고 독자층도 얇은 편이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문학 영역의 주류 소설보다 이런 소설이 오히려 더 주류처럼 평가를 받는다.

요즘 주목받는 소설은 작가 류류(六六)의 ‘쑤샤오제더훈스(蘇小姐的婚事·쑤 양의 결혼)’다. 3월에 나온 신작인데 중국 최대 신화(新華)서점 베스트셀러에서 소설 분야 10위권을 오르내린다. 단편소설 12편을 모아놓은 작품집이다.

각 단편은 직장 사랑 패션 등 젊은 여성들의 생활에 얽힌 내용이다. 현모양처, 골드미스, 된장녀 등 여러 유형의 여성 주인공이 등장한다.

표제작인 ‘쑤샤오제더훈스’는 고학력, 고소득의 좋은 직장에 다니는 노처녀 쑤뤄옌(蘇落雁)이 결혼하는 과정을 그렸다. 쑤는 이른바 ‘골드미스’다. 중국어로는 성뉘(剩女)라고 하며 ‘남아도는 여자’란 뜻으로 불린다. 성뉘는 최근 2, 3년 전부터 급격히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1가구 1자녀 정책으로 부유한 집에서 좋은 교육을 받으며 곱게 자란 숙녀들이 마땅한 짝이 없어 결혼을 못하고 있다. 상하이(上海)에만 성뉘가 수십만 명 있고 이들 중 37%가 적당한 짝을 찾기 어렵다는 통계도 있다.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성뉘의 원인을 이렇게 봤다. “1등 신랑감은 2등 신부를 찾고, 2등 신랑감은 3등 신부를 찾는다. 남아 있는 1등 신붓감, 즉 성뉘와 3등 신랑감 사이에 교집합이 없다.”

작가는 성뉘들에게 팀플레이를 하라고 말한다. 조직적으로 남자를 만날 기회를 찾고 누군가가 자기에게 손길을 내밀면 주저 없이 잡아채라고 조언한다. 작가는 이런 세태 반영 소설을 주로 써왔다. 그의 대표작인 ‘달팽이집(蝸居)’도 마찬가지다. 좁디좁은 집에 살면서 내 집 마련을 위해 온갖 고초를 겪는 중국 젊은이의 현실을 실감나게 묘사해 화제를 불러온 작품이다. 매우 적나라해 잠시 서점 판매가 중단됐고 이 책을 기초로 제작한 TV 연속극은 방영이 금지되기도 했다.

흥미롭게도 작가는 이런 사회적 현상이 발생하기 전에 소설을 발표해 왔다. ‘달팽이집’도 2007년 발표했으나 중국에서 집값 문제가 본격적으로 사회문제로 떠오른 것은 2009년부터. 이번 소설도 성뉘 현상이 나타나기 몇 년 전 미리 써 놓은 것이라고 한다.

게다가 이 작가는 빨리 쓰기로 정평이 나 있다. 250쪽 안팎의 소설을 어떤 것은 보름 만에, 어떤 것은 한 달 만에 썼다고 한다. ‘달팽이집’도 300쪽이 넘는 장편소설이지만 40일 만에 썼다. 생활상의 소소한 일에 착안해 붓 가는 대로 쓰는 것이다. 그래서 줄거리는 단순하고 명쾌하다. 작가는 등장인물이 5명이 넘으면 어지러움을 느끼고 심지어 이름도 헷갈린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번 단편소설은 그렇게 빨리 쓰지 못했다고 한다. 장편보다 단편을 쓰기가 어렵다고 작가는 토로했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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