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N ‘신의 퀴즈’ 시즌1에 이어 시즌2에서도 한진우 역을 맡은 류덕환. 그는 시즌3가 제작되면 또 출연하겠냐는 질문에 “우선 시즌2부터 잘 만들고 생각하겠다”며 웃었다.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한 분야에 20년간 몸담은 사람에게서만 느껴지는 ‘포스’가 있다. 그런데 스물네 살 나이에 일찌감치 이런 포스를 풍기는 청년이 있다.
연극 ‘벌거벗은 임금님’으로 연기를 시작해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에서 성인식을 치르고 충무로 간판스타로 자리 잡은 류덕환(24)이 바로 그다.
“데뷔 20년이 됐으니 이제는 빼도 박도 못 한다”며 넉살을 부린 그가 OCN ‘신의 퀴즈 시즌2’로 브라운관에 복귀했다.
‘신의 퀴즈’는 부검을 통해 사건에 숨겨진 희귀병을 찾아내는 메디컬 범죄 수사극. 지난해 하반기 시즌1이 방송된 데 이어 시즌2가 10일 시작했다. 류덕환은 시즌1에 이어 시즌2에서 천재 촉탁의 한진우 역을 맡았다.
“시즌1이 ‘신이 내린 퀴즈’인 희귀병을 알아내는 데 집중했다면 시즌2는 ‘신이 분노하면 어떤 일들이 생길까’로 스케일이 커져요. 음모론도 부각되고요.”
그렇다고 한진우도 변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말란다.
“또 다른 이야기를 할 뿐인데 캐릭터도 달라져야 할까요? 시즌1 10회가 끝나고 시즌2 1회가 시작한 게 아니라 11회로 들어갔다고 생각해요.”
지난해 류덕환이 ‘신의 퀴즈’ 주인공을 맡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놀랐다는 이들이 많았다. 소위 잘나가는 배우라면 출연료, 인지도가 낮다는 이유로 출연을 꺼린다는 케이블 드라마를 선택했기 때문.
“그런 것 따졌으면 단편영화도 연극도 하지 않고 예능에 나가서 얼굴부터 알렸어야 했어요. 하지만 저는 배울 수 있고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걸 하고 싶어요. ‘신의 퀴즈’는 모든 경계선을 배제하고 작품만 보고 선택했습니다.”
시즌2 역시 “작품에 대한 믿음”으로 선택했다. 어머니의 응원도 한몫했다.
“시즌1이 끝나고 시청자들이 인터넷 게시판에서 시즌2 제작 청원운동을 했는데 평소 인터넷을 잘 안하시는 어머니가 서명을 하셨어요. 아, 난 (제의가) 들어오면 해야겠구나 싶었죠. 하하.”
희귀병이 주요 소재다 보니 매회 ‘다발성 신경섬유 종증’ ‘엘러스 단로스 증후군’ 등 생소한 병명을 외우는 것이 숙제다. 한 글자만 잘못 띄어 읽어도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신다’가 된다.
“모르는 병들은 무조건 검색해 봐요. 확실하게 알아야 외울 때도 편하니까요.”
빨리 외우려고 손동작도 동원한다. 그는 ‘굉장히 몸집이 큰 여성이 중증환자에게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폭행을 당했다’는 대사 한 문장에도 양 팔을 넓게 벌렸다가 어깨를 움츠리는 동작을 넣어 구연동화 하듯 연습하곤 한다며 직접 보여줬다.
“몇 해 전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첫째 날은 엄청 울었고 둘째 날은 지쳐 있었고 셋째 날은 웃었어요. 정말 끝까지 가니 웃음밖에 안 나왔어요. 그런 나 자신을 보면서 내가 ‘언젠가 연기해야 할 테니 이 감정 잊지 말아야지’ 하고 있는 거예요. 기억하면 나만 아픈 건데 마음 한 구석에 장치처럼 가지고 있는 거죠. 그럴 땐 저 자신이 안타까워요.”
“굳이 인간 류덕환을 보여주고 싶진 않아요. 길거리를 돌아다녀도 저를 못 알아볼 때 가장 큰 쾌감을 느껴요. 알아보지 못하면 어때요. 제 작품은 기억하는 걸요. 인간 류덕환을 궁금해하시는 분들께는 정말 죄송하지만 그래도 저를 궁금해하는 분들 뒤에 숨어서 지켜보는 게 정말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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