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에서]“인디음악인 정당한 대우를” 홍대앞의 메아리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20일 03시 00분


“좋은 음악을 위한 음악인의 노력을 소비자인 음악 팬이 지지하고 응원해줄 때 더 좋은 음악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밴드 ‘더 문’ 보컬 정문식)

18일 오후 카페 씨클라우드, 클럽 오뙤르, 클럽 타 등 서울 홍익대 주변 클럽과 카페 13곳에선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블랙신드롬, 서울전자음악단, 장재인, 정원영밴드 등 109개 팀의 뮤지션이 무대에 올라 공연을 열었다. 곳곳에선 자원봉사자들이 행사를 소개하는 팸플릿을 나눠줬다.

이날 열린 행사는 음악인들의 ‘음악적 권리’를 선언하는 ‘유데이 페스티벌’. ‘음악 산업의 페어플레이를 꿈꾸며’란 슬로건이 말해주듯 대중음악인들이 음악을 더 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모인 축제의 자리였다.

이 행사는 4월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월디페)’ 사태에서 비롯됐다. 경기 양평군에서 열리는 월디페는 세계 유명 디제이들이 모이는 유료 행사다. 그러나 주최 측이 공모를 통해 선정한 인디밴드 35개 팀에 ‘개런티는 없고 교통비 10만 원만 지급한다’는 사실을 알리며 파행이 빚어졌다. 일부 뮤지션이 불참을 선언했고 주최 측이 사과문을 게재했지만 파장은 컸다.

“불공정한 구조 속에서 음악을 하고 있었던 건 아닌가.” 이후 음악인들은 스스로의 문제의식을 나누기 시작했다. 이를 가감 없이 보여주자는 생각에서 트위터와 인터넷 카페를 통해 ‘유데이 페스티벌’이 생겼다.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들이 무대에 오른 이날 대부분 공연장은 발 디딜 곳이 없을 정도로 성황이었다. 관객 1034명이 1만5000원이라는 ‘음악을 즐길 비용’을 지불했고 뮤지션들도 최선을 다해 무대를 꾸몄다.

관객 박세미 씨(25)는 “좋아하는 노래를 듣기 위해 우리가 대가를 지불하는 건데 인디 뮤지션이라고 해서 (공연기획자들이) ‘무대만 제공하면 된다’는 식으로 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인디 음악계는 독립성과 실험성을 바탕으로 음악계의 저변을 넓혀왔다. 날것 그대로의 음악을 하는 이들이 없었다면 ‘크라잉넛’을 시작으로 ‘장기하와 얼굴들’ ‘10cm’와 같은 뮤지션은 볼 수 없었고 음악문화도 발전할 수 없었을 것이다.

유데이 페스티벌을 계기로 음악인들은 그간 지적해 온 저작권 문제, 음원 수익금 분배 문제, 공연 수익 분배 문제 등을 본격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이번 행사는 음악인들이 자신들의 음악에 정당한 대우를 요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유데이 페스티벌은 이번 한 번으로 그쳐선 안 된다. 이제 시작이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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