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작품은 춤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적절한 연출과 구성이 있어야 기승전결을 갖춘 하나의 작품이 된다. 그렇지 않을 때는 여러 장의 춤을 기계적으로 나열한 공연이 될 수밖에 없다.
18, 19일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제1회 대한민국발레축제의 일환으로 안무가 이종필 씨의 ‘아이언Ⅱ’, 정미란 씨의 ‘퀘이사’가 무대에 올랐다. 축제 조직위가 선정해 지원한 안무가 8명의 작품 중 첫 두 작품으로, 둘 다 춤은 있되 연출이나 구성이 부족하다는 약점을 노출했다.
‘아이언Ⅱ’는 인간사를 용광로 속 쇳물에 비유해 표현했다고 했다. 그러나 남자 배우 3명이 객석에서 튀어나오며 큰소리를 지르고, 붉은색과 녹색 물감을 얼굴에 칠하며 웃는 첫 장면은 주제와의 연결점을 찾기 어려웠다. 이어진 무용수들의 춤은 역동적이었지만 춤 중간에 끼어드는 배우들의 연기 장면은 어색했을 뿐 아니라 춤으로 작품을 풀어내지 못한 채 연기에 그 몫을 맡겼다는 인상을 줬다. 안무가가 가장 공을 들였다는 2인무는 아름다웠지만 국립발레단 무용수인 윤전일, 신승원 씨가 추지 않았더라면 그만큼 인상적이었을지 의문이었다.
‘퀘이사’는 별 퀘이사의 아름다움을 움직임으로 표현한 작품이었다. 공상과학(SF)영화 효과음을 연상시키는 음악, 무대 배경의 조명은 작품의 주제를 지나치게 직설적으로 표현해 관객의 상상력을 차단했다. 별의 이미지를 무용수들의 손에 달린 조명으로 표현했는데 이 때문에 오히려 무용수들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 역설적인 상황이 연출됐다. 춤은 계속 이어졌지만 인상에 남는 장면은 마지막 별 퀘이사로 짐작되는 여성 무용수를 남성 무용수가 들어올려 무대 뒤로 퇴장하며 암전되는 순간뿐이었다.
축제의 질은 축제에 오르는 작품이 결정한다. 그러나 ‘아이언Ⅱ’와 ‘퀘이사’는 국내 발레계가 모여 개최한 첫 발레축제에서 조직위가 선정해 지원한 작품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함이 많았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i: 제1회 대한민국발레축제. 28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일대. 2만 원. 02-587-6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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