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公孫丑(공손추)·상’ 제5장 ‘尊賢使能(존현사능)’장의 마지막에서 맹자는 ‘天吏’라는 매우 중요한 개념을 제시했다. 天吏란 天命(천명)을 받들어 하늘을 대신해서 백성을 다스리고 無道(무도)한 자를 정복하는 사람이란 뜻으로, 곧 王道政治(왕도정치)를 행하는 군주를 가리킨다.
맹자는 왕도정치의 조건으로 인재의 등용, 상업의 장려, 교통 및 유통의 원활화, 농지제도의 개혁, 명목 없는 세금의 폐지 등 다섯 가지를 제시하고, 어떤 제후든 그 조건들을 충족시킨다면 이웃 나라 백성들까지도 그를 부모처럼 여기게 되어 이웃의 제후가 결코 그를 침략할 수 없게 된다고 했다. 如此는 ‘포학한 정치를 하는 이웃 나라 제후가 자기 백성들이 부모처럼 우러러보는 제후를 공격하는 것은 결코 성사할 수 없다고 하면’이란 뜻을 나타낸다. 無賊於天下는 천하에 대적할 적이 없다는 말로, 곧 仁者無敵(인자무적, 어진 이에게는 맞설 적이 없다)을 말한 것이다. ‘無賊於天下者는 天吏也라’는 앞의 구문이 정의항이고 뒤의 구문이 피정의항으로, 어떤 개념을 정의할 때 사용하는 표현법이다. 여기서는 정의항의 구문이 앞 문장의 꼬리를 잇는 형태로 되어 있다. 然은 ‘그러하다’는 말인데, 여기서는 ‘天吏의 군주이다’라는 뜻을 지닌다. 不王은 왕 노릇을 하지 않는다는 말로, 이때의 王은 동사이다. ‘∼者未之有也’는 ‘∼자는 일찍이 결코 없었다’는 뜻으로, 완전부정의 단정적 표현법이다. 未有∼者也의 표현과 유사하다.
주자(주희)는 이 장을 풀이하여 군주가 王政(왕정, 왕도정치)을 행하면 오랑캐나 적도 자식처럼 귀순하고 왕정을 행하지 않으면 赤子(적자, 인민)가 怨讐(원수)로 등지게 됨을 말한 것이라고 했다. 백성을 군주의 赤子로 간주하는 것은 전근대의 관념이지만, 이 풀이는 현대에도 교훈이 된다. 위정자가 어진 정치를 시행하지 않는다면 국민들은 그를 원수로 여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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