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한국인들의 패션이 보수적인 성향이 강했는데 지금은 훨씬 진보적이고 트렌디해졌습니다.”
제이 알렉산더 씨(53)는 1995년 이후 16년 만에 다시 한국 땅을 밟은 느낌을 이렇게 말했다. 6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도전! 슈퍼모델 코리아 시즌2’ 촬영 세트장에서 만난 그는 한국인들의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패션 스타일이 진보적인 느낌을 줬다고 방문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태원과 청담동 등을 다니면서 다양한 옷을 구경했다”며 “싼값에 트렌디한 옷을 파는 상점과 강한 원색이 돋보이는 과감한 레트로풍 의상을 입은 사람들이 인상적이었다”고 덧붙였다.
그가 한국을 찾은 이유는 7월 방영 예정인 ‘도전! 슈퍼모델 코리아 시즌2’에 특별 출연하기 때문. 그는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모델들에게 워킹 방법 등을 지도해주기 위해 4일 2박 3일 일정으로 방한했다.
프랑스의 세계적인 디자이너 장폴 고티에의 패션쇼에 직접 모델로 서기도 했던 그는 나오미 캠벨과 키모라 리 등 슈퍼모델들의 런웨이 코치를 맡으며 모델 트레이너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미스 제이’라는 애칭으로 더 유명한 그는 현재 미국에서 방영 중인 ‘도전! 슈퍼모델’의 런웨이 코치 겸 심사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진보적인 거리의 패션에 반했다는 제이 알렉산더는 예상외로 큰 키의 모델들을 보고 다시 한 번 놀랐다. 자연스럽게 자신이 주문하는 워킹을 소화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그는 “알고 있는 한국인 모델은 없었지만 뛰어난 신체조건과 긍정적인 태도가 눈에 띄었다”며 “어깨를 좀 더 펴고 약간은 심각해 보이는 얼굴 표정을 더욱 자연스럽게 지어 자신감 있는 태도를 보인다면 한국 모델들의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디자이너에 대한 평가도 빼놓을 수 없다. 이날 분홍색 헬로키티 반지를 끼고, 리바이스 청바지에 반짝이는 루이뷔통 구두를 신고 독특한 가발까지 쓰고 나온 그는 한국 디자이너들의 창의성을 높게 평가했다. 지난해 미국 뉴욕에서 열린 ‘콘셉트 코리아’ 행사에서 이주영 디자이너를 만난 뒤 한국 패션의 팬이 됐다는 그는 한국 디자이너들이 다른 나라 디자이너보다 실험적이고 창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코트인 줄 알았는데 코트 밑 부분을 지퍼로 처리해 이걸 떼면 재킷이 되고, 소매를 떼서 조끼로 만드는 등 생각하지도 못했던 기발한 아이디어가 인상적”이라고 설명했다.
아쉬움도 있다. 국내에서 한국 디자이너들이 실력과 명성만큼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 그는 “한국의 유명인들은 훌륭한 한국 디자이너들의 지원을 마음껏 받을 수 있음에도 이탈리아나 프랑스 등의 외국 브랜드를 더 선호하는 듯하다”며 “한국 디자이너들은 국내보다 오히려 외국에서 더 인정을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 디자이너들이 앞으로 창의적이고 진보적으로 활동하며 한국 패션의 성장을 이끌어 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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