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서 특별전 여는 신문수 -원수연 작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30일 03시 00분


“만화엔 현실 극복하는 힘 있어”
“재미 속에 감동도 담으려 노력”

‘자, 찍습니다. 명랑하고 순수하게.’ 명랑만화와 순정만화의 신문수, 원수연 작가가 만났다. 두 사람은 7월 20일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나란히 특별전을 개최한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자, 찍습니다. 명랑하고 순수하게.’ 명랑만화와 순정만화의 신문수, 원수연 작가가 만났다. 두 사람은 7월 20일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나란히 특별전을 개최한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그가 붓펜을 꺼내들자 흰 도화지가 금세 익살스러운 캐릭터로 가득 찼다. 이름이 더 웃기다. 찌빠, 팔팔이, 탱구…. 그녀가 유성펜을 꺼내들자 어느새 흰 도화지 한가운데에 가녀린 소녀가 맑은 눈망울을 빛내며 웃고 있다.1974년생 ‘로봇 찌빠’의 아버지 신문수 작가(72)와 1990년대 소녀들을 울렸던 ‘풀하우스’의 원수연 작가(50)를 27일 한자리에서 만났다. 두 작가는 7월 20∼24일 열리는 ‘2011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에서 나란히 특별전을 개최한다. 지난해 SICAF에서 나란히 ‘코믹어워드’를 수상하기도 했다.》
신문수=내가 딸만 넷인데, 원 작가 같은 후배를 보면 내 딸 같아. 명랑만화 그리는 사람은 여자 캐릭터를 예쁘게 못 그려. 우리 집 애들이 만날 ‘아빠 만화는 너무 못생겼어’ 하면서 원 작가 만화만 봐. 허허.

선배의 시원스러우면서 격의 없는 말투에 20년 후배 작가가 웃으며 말했다. “선생님은 늘 후배들에게 관대하셔요. 무조건 오냐오냐, ‘지지하는’ 편이시죠.”

명랑만화와 순정만화의 두 거장은 서로의 만화를 어떻게 평가할까.

원수연=저는 거장이라는 말 빼주세요. 제가 어릴 적에 선생님 만화를 즐겨 봤는데 저를 포함한 사람들이 명랑만화에 대한 추억을 지금까지 깊이 가지고 있다는 것에 놀라요. 사람들 마음속에 얼마만큼 깊이 들어가 있고, 얼마나 행복할지.

신=원 작가는 공동체 안에서 협회일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헌신적인 작가죠. 순정만화 중에서 매우 작품성이 뛰어난 만화를 그리죠. 많은 연구를 한다는 게 느껴져요.

신문수 화백의 대표작 ‘로봇 찌빠’.(왼쪽), 원수연 작가의 대표작인 ‘풀 하우스’의 여주인공 앨리
신문수 화백의 대표작 ‘로봇 찌빠’.(왼쪽), 원수연 작가의 대표작인 ‘풀 하우스’의 여주인공 앨리
만화에 평생을 바쳐온 두 작가에게 만화란 어떤 의미일까.

신=만화에는 힘이 있죠. 상상력. 우리가 살다 보면 언제라도 벽에 부닥칠 수 있는데 이를 지혜롭게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돼요. 만화라는 건 이 능력을 키워줄 수 있어요.

원=만화는 보는 걸까요, 읽는 걸까요. 이 답에 따라 ‘힘’의 지점도 달라진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가볍게 즐기고 만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사고의 영역을 넓혀주거나 동기부여를 하는 그런 힘은 만화의 감동에 있는 거죠. 보는 게 다가 아니고, 그 안에서 무언가를 읽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원 작가가 한창 진지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하는데 신 작가가 대뜸 말했다. “만화 캐릭터가 작가를 닮는다는데 원 작가는 감동적인 순정만화 주인공 같아. 나는 로봇 찌빠나 팔팔이고.”

두 거장은 그간 명랑만화와 순정만화를 각각 고집해 왔다. 서로의 장르를 바꿔 도전해 보겠느냐고 물었다.

원=저는 왠지 모르게 코믹물이 당기네요. 제가 명랑만화를 그리면 엉뚱한 캐릭터들이 나올 것 같아요. 아주 못되거나 너무 바보 같거나.

신=나는 예쁜 여자를 못 그려서 (순정만화를) 못해. 신 작가는 (명랑만화를) 해보면 괜찮을 것 같아. 못생긴 캐릭터를 하나 만드는 게 어때.

1970, 80년대는 명랑만화의 시대, 90년대는 순정만화. 그리고 현재는 웹툰의 시대로 부를 수 있다. 그러나 두 작가는 웹툰에 대해 많은 아쉬움을 표현했다. 원 작가는 웹툰 ‘메리는 외박 중’을 연재 중이다.

원=웹에서는 ‘흘러가’ 버려요. 모든 웹툰 작가들도 웹에 연재하면서 자신의 작품이 남겨지기를 바랄 겁니다. 그런데 오히려 책으로 남기기가 쉽지 않은 시대가 됐어요. 독자들은 무료로 소비하길 원하고, 만화는 소장가치가 없는 것처럼 여겨지죠.

신=나는 아직도 출판만화가 우선이라고 생각해요. 온라인상에서 만화가 연재되고 단지 조그마한 부분으로 저장돼 있다는 게 억울한 일이지.

자연스레 대화가 만화진흥법 이야기로 흘렀다. 만진법은 진흥위원회 설립과 기금 조성, 저작권 보호 등을 골자로 하는 문화진흥법. 원 작가는 만화진흥법공동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다.

원=실질적인 창작을 위한 지원이 될 것으로 기대해요. 사회보장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는 만화가도 많은데… 만화가 문화 산업에서 참 효자 역할을 하는데 그간 제약이 많았어요.

신=예전에는 청소년 보호법 때문에 만화 발전에 제약이 있었죠. 이현세의 ‘천국의 신화’ 같은 만화까지도 문제 삼아 마음껏 창작활동을 할 수 없었지. 이제는 분위기가 달라졌지.

두 시간 넘게 진행된 인터뷰를 마치며 마지막 한마디를 요청했다.

원=독자들이 (만화를) 조금 더 기다려주고 (만화가) 독자들의 가슴속에 조금 더 머물러줬으면. 그런 시장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신=만화가 선배들이 주는 상이 있는데 원수연을 추천했어요. 조금만 더 기다려 봐. (웃음)

김진 기자 holyj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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