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기 명인 “내 음악도 텅 빈 ‘달 항아리’처럼 넉넉하기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30일 03시 00분


■ 내달 13일 가야금 콘서트 여는 황병기 명인

황병기 명인은 “달 항아리의 모습과 내가 추구해온 음악적 본질이 같은 것 같다”고 말했다. 더블유엔터테인먼트 제공
황병기 명인은 “달 항아리의 모습과 내가 추구해온 음악적 본질이 같은 것 같다”고 말했다. 더블유엔터테인먼트 제공
“아무 장식도 없고 둥글고 하얗게 돼 있는데 보고 있으면 순수하면서 넉넉한 기분이 들어요. 내가 추구하는 음악세계의 본질이 조선 백자 ‘달 항아리’ 하고 같은 것 같아.”

가야금 황병기 명인(75)이 다음 달 13일 LG아트센터에서 가야금 콘서트를 연다. 올해 국악 활동 61년, 작곡가로 활동한 지 50년을 맞은 그가 펼치는 이번 공연의 주제는 ‘달 항아리’다.

“달 항아리를 보고 있으면 텅 빈 기분이 들어요. 사람들이 ‘마음을 비우고 살라’고들 하는데 딱 그 느낌이 드는 거지. 제가 추구하고 싶은 음악세계와도 같고 해서 주제로 잡아봤습니다.”

‘밤의 소리’로 시작한 창작곡은 ‘소엽산방’ ‘하마단’ ‘추천사’를 거쳐 그의 아방가르드 대표작인 ‘미궁’에서 정점을 찍는다. ‘미궁’은 1975년 초연 당시 기괴하고 음침한 음향에 관객들이 경악했고 심지어 ‘세 번 들으면 죽는다’는 소문까지 돌았던 작품. 공연은 ‘침향무’로 이어져 막을 내린다.

“‘미궁’으로 끝내면 아무래도 좀 분위기가 뭐 하니까, ‘침향무’를 마지막에 넣었지요. 많이 사랑받는 곡이기도 하고….”

뮤지컬과 콘서트가 주로 열리는 LG아트센터에서 가야금 공연이 열리는 것도 이례적이다. 황 명인은 몇 해 전 그 극장에서 피나 바우슈의 무용 공연을 본 적이 있는데, 극장이 괜찮아서 한번 공연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단다. 황 명인은 ‘미궁’과 ‘침향무’를 직접 연주한다. ‘소엽산방’은 정대석(거문고), 김웅식 씨(장구)가 연주하는 등 후배 국악인들도 참여한다.

2006년 임기 3년의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에 올라 2009년 연임한 황 명인은 12월 31일 임기를 끝으로 물러날 생각이다. “그동안 썼던 곡 연주하느라 너무 바빴는데 이제 작곡을 좀 해야지. 노인의 경지에서 바라본 생각들을 담은 곡을 쓸 생각이야.”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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