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절벽위 그림같은 마을… 꿈결같은 길을 달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1일 03시 00분


이탈리아 아말피 해안 여행

이탈리아 반도 서편의 티레니아 해에 50km가량 남북으로 이어진 아말피 해안의 휴양지 포시타노. 라타리 산맥의 산자락을 타고 해발 200여 m까지 계단처럼 빼곡히 들선 집들이 지중해 바다와 어울려 동화 같은 풍경을 선사한다. 아말피는 산허리를 잘라낸 경관 만점의 해안도로로 드라이브하며 감상해야 제격이다. 포시타노=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이탈리아 반도 서편의 티레니아 해에 50km가량 남북으로 이어진 아말피 해안의 휴양지 포시타노. 라타리 산맥의 산자락을 타고 해발 200여 m까지 계단처럼 빼곡히 들선 집들이 지중해 바다와 어울려 동화 같은 풍경을 선사한다. 아말피는 산허리를 잘라낸 경관 만점의 해안도로로 드라이브하며 감상해야 제격이다. 포시타노=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이건 아이러니다. 평생 한 번 가볼 만한 여행지를 아닌 비디오게임에서 찾아낸 것은. 이탈리아 서부 소렌토 반도 남쪽의 아말피 해안을 두고 하는 말이다. 아말피란 이름을 안 건 7년 전. 플레이스테이션2용 자동차운전 시뮬레이터 ‘그란투리스모 4’를 통해서다.

이 게임에는 엘 카피탄(미국 캘리포니아 주 요세미티국립공원의 수직암벽) 등 전 세계 유명 드라이빙 코스와 서킷이 망라됐다. 그중 아말피 서킷이 관심을 끌었다. 지중해로 추락하듯 내리뻗은 가파른 산허리에 건설된 해안도로와 멋진 경관 때문이었다. 도로가는 물론이고 위아래 산과 계곡, 해안절벽에 그림처럼 들어선 성냥갑 모양의 집과 동네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파란 하늘, 코발트 빛깔 바다와 어울린 이 풍경은 비록 그래픽이기는 해도 여행본능을 자극하기에는 충분했다.


그렇게 알게 됐고 언젠가 가보리라 마음먹었던 아말피 해안을 지난주 다녀왔다. 지구상에서 가장 환상적이라는 ‘아말피타나(Amalfitana·아말피 해안도로)를 이번엔 게임이 아니라 진짜로 달린 것이다.

로마에서 빌린 차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소형차. A1고속도로를 따라 나폴리로 향하다가 소렌토 반도에서 남쪽으로 빠져 서해안에 접어들었다. 아말피 해안도로의 북쪽 들머리, 포시타노가 멀지 않았다. 해안절벽 오르막의 헤어핀 코스를 돌아 나온 순간, 바다를 ‘V’자 모양으로 품은 거대한 계곡(면적 8km²)이 펼쳐졌다. 포시타노였다. 파라솔로 뒤덮인 해변부터 200여 m 높이의 산기슭까지 계곡은 온통 하얀 집으로 빼곡했다. 주민 4000명이 살기에는 너무도 큰 규모였는데 알고 보니 대부분 호텔과 별장이었다.

계곡의 산기슭까지 집이 있는 이유는 전쟁과 약탈을 피해서다. 수시로 침탈했던 사라센왕국 등 외적의 침탈 때문이었다. 포시타노는 7∼11세기 강력한 독립 해상왕국을 이뤘던 중세 아말피 공국(839∼1200)의 외항. 아말피 공국은 당시 이슬람권과의 해상무역을 통해 종이 등 귀한 물건을 가져다 유럽에 되팔아 막대한 이익을 남겼다. 그 중심인 아말피는 이 길로 18km 남쪽이었다.

고급 호텔은 해안절벽의 전망 좋은 곳에 있었다. 그중 5성급 부티크 호텔 ‘아가비’를 찾았다. 포시타노 외곽 해안도로 고갯마루에 있었는데 간판만 보일 뿐 건물은 오간데없었다. 다가가 보니 길 아래 절벽에 있었다. 로비에 들어서자 귀족의 저택 거실처럼 우아하다. 아래층 식당은 포시타노의 절경이 180도로 조망되는 전망대. 객실은 절벽에 계단처럼 층층이(13개) 들어섰다. 덕분에 객실 50여 개 모두에서 바다가 조망된다. 중간쯤에 야외 풀도 있다.

아가비 호텔에만 있는 게 있다. 절벽에 수직으로 들어선 객실, 절벽 아래 전용해변을 오르내리는 푸니쿨라(지상레일 케이블카·고도차 100m)와 엘리베이터(〃 85m)다. 푸니쿨라는 객실과 식당을, 엘리베이터는 해변과 객실 층을 오갔다. 해변은 선박 외에는 외부인의 접근이 불가능했다. 거기엔 식당과 휴식용 데크가 있었는데 그 누구도 방해 없이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완벽한 공간이었다. 떠나기 전 야외테라스에서 전망을 즐기며 점심식사를 했다. 파스타는 물론이고 레몬과 밤 등 아말피 특산물로 만든 디저트가 예술품급이었다.

해안도로의 드라이빙이 어느 정도 익숙해질 즈음. 길은 몇 개의 터널을 통과한 뒤 항구가 있는 아말피에 도착했다. 아말피는 중세에 이슬람권 항구를 출입하는 무역특권으로 종이 등을 수입해 유럽에 팔아 부를 축적했고 이를 바탕으로 훗날 피사 제노바 베네치아와 함께 해상강국으로 성장했다.

현재도 버스와 페리 터미널을 둔 아말피 해안의 중심. 역시 넓은 계곡처럼 움푹 파인 산등성으로 집들이 산 중턱까지 뒤덮었다. 해변은 이미 휴가객으로 뒤덮였고 항구는 멀리 카프리, 이스키아 두 섬과 나폴리, 소렌토, 포시타노 등 인근에서 관광객을 싣고 오가는 페리보트로 부산했다.

내가 예약한 숙소는 남쪽 고개 너머(3km) 해변마을인 미노리. 로마시대에 형성된 이 마을은 대주교좌 성당이 1000년 이상 존치됐을 만큼 중심을 이뤘는데 중세 아말피 공국이 번성하던 시기에는 조선소였다. 해질녘 도착해 보니 번잡함과는 동떨어진 조용한 마을이었다. 수평선에 해가 지기도 훨씬 전인데 마을과 항구는 벌써 그늘져 시원하다. 계곡에 파묻힌 입지(立地) 덕분이다. 이즈음 해변광장은 한낮의 비키니 휴가객을 대신한 산책객 차지. 광장 곳곳에서 이야기꽃이 피었다. 이런 지중해의 여유가 부러웠다. 서울 도심에서는 도저히 기대할 수 없는 한가함이다.

이날 저녁 ‘무어인의 거리’로 명명된 마을 길, 팔뚝 굵기의 등나무로 천장을, 레몬트리로 벽을 삼은 정원식당 ‘자르디니엘로’에서 식사를 했다. 전식으로 주문한 알리치(앤초비)와 인근 라벨로산 화이트와인이 이룬 맛의 조화. 기대를 넘어선 환상의 풍미였다. 디저트로 레몬껍질에 담아 낸 상큼한 레몬 소르베는 평생 잊지 못할 맛이었다. 레몬은 이곳 특산물이다.

아말피와 미노리를 잇는 아말피 해안도로의 고갯마루에 올랐다. ‘라벨로’ ‘스칼라’ 두 산악마을의 초입이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해발 360m 산 중턱에 들어선 중세마을인데 거기까지도 좁고 굽은 산악도로가 놓였다. 그 길로 ‘드래건 밸리’라는 큰 계곡을 지그재그로 올라간다.

스칼라는 이 부근에서 가장 먼저 생긴 마을. 꼭대기에 중세성당이 있다. 계곡 건너의 라벨로는 5세기 서로마제국 말기 바바리아 침공에 대비해 마련한 피난지. 9세기에 아말피 공국의 해상무역 배후도시로 번성해 12세기에는 주민 2만5000명의 도시로 성장했다. 하지만 지금은 ‘천상의 풍경’을 간직했다는 ‘빌라 루폴로(중세 별장)’를 업고 관광지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먼저 라벨로부터 들렀다. 마을 중심은 12세기 건축물 두오모(대성당)가 있는 베스코바도 광장. 광장에 올라서자 계곡 건너 산악마을 스칼라와 지중해, 해안과 마을이 두루 조망됐다. 그 바다 풍치를 두고 지금도 이런 전설이 전해진다. 사탄이 세상 모두를 주겠다며 광야의 예수를 유혹할 때 두 번째로 데려와 보여주었던 아름다운 곳이 바로 여기였다는.

그뿐이 아니다. 그리그(노르웨이 작곡가)는 이곳의 호텔 토로에 머물며 이 풍경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입센의 환상 시곡을 바탕으로 한 ‘페르귄트 모음곡’을 작곡했다. 영국작가 에드워드 모건 포스터와 버지니아 울프도 라벨로를 자주 찾았는데 소설 ‘풍경이 있는 방(Room with a view·1908년)’과 ‘등대로(To the lighthouse·1927년)’에 이곳의 풍치가 담겼다.

라벨로에서도 가장 전망이 좋은 해안절벽에 지은 빌라 루폴로. 1200년에 이곳 거부 루폴로 가문이 지은 별장이다. 아랍 색채가 가미된 이 중세건물은 매년 7, 8월에 여는 ‘루폴로 페스티벌’의 주요 공연장이다. 바그네리안(바그너를 사랑하는 음악 팬)이라면 매년 여름 독일서 열리는 바이로이트 음악축제에만 갈 게 아니라 라벨로 페스티벌에도 참가할 만하다. 왜냐하면 이 음악축제 자체가 바그너를 추모해 만든 것이어서다. 거기엔 사연이 있다.

바그너는 1880년 5월 26일 빌라 루폴로를 방문했다. 당시 그는 오페라 ‘파르치팔’을 작곡중이었는데 2막의 악상과 무대 아이디어를 여기서 찾았다고 한다. 그날 호텔 방명록에 바그너는 ‘드디어 클링소르(오페라에 등장하는 사악한 마술가)의 마술정원을 발견했다’고 기록했다. 두오모 옆 골목의 계단 길엔 ‘바그너의 길’이란 명판도 붙었다. 루폴로 페스티벌은 1953년 바그너 콘서트로 시작했다. 올해는 7월

8일∼8월 27일 모두 60회 공연(클래식 재즈 무용)이 예정돼 있다. 빌라 루폴로의 중심무대는 계단정원의 공중에 임시로 설치한 테라스. 관객은 지중해로 추락하는 라타리 산맥의 산자락과 바다를 배경으로 연주를 감상한다. 빌라 루폴로는 보카치오가 쓴 ‘데카메론’(둘째 날 네 번째 이야기)에도 등장하는데 보카치오 역시 이곳에서 이야기의 소재를 찾았다.

포시타노=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Travel Info

‘아말피타나’라고 불리는 아말피 해안도로. 소렌토 반도 남쪽 해안을 따라 낸 49km의 구간이 대부분 이런 해안절벽이어서 좁고 커브가 많으며 오르내림이 잦다.
‘아말피타나’라고 불리는 아말피 해안도로. 소렌토 반도 남쪽 해안을 따라 낸 49km의 구간이 대부분 이런 해안절벽이어서 좁고 커브가 많으며 오르내림이 잦다.
<기온> 이탈리아 반도 중서부 티레니아 해(지중해) 여름 12∼29도.

<아말피 해안도로> 포시타노∼비에트리 술 마레 구간 49km (SS163호). 해안을 형성한 라타리 산맥의 산허리로 낸 산악도로. 세계 최고의 경관도로. 비디오게임 그란투리스모4(플레이스테이션2)에 등재. 루트는 로마∼A1고속도로(나폴리)∼소렌토∼포시타노∼아말피∼미노리∼비에트리 술 마레. 소형차 혹은 택시(www.amalfitaxidriver.altervista.org) 강추.

<호텔> 아가비(포시타노) ★★★★★ 54실 모두 오션뷰. 성수기(6.1∼9.30) 1박에 400∼550유로. www.leagavi.it www.leagavi.com / 빌라 로마나(미노리) ★★★★ 7월 145유로, 8∼9월 165유로 www.hotelvillaromana.it

<식당> 자르디니엘로(미노리) 1955년 개업, 미노리의 풍미가 담긴 해물요리 전문. www.ristorantegiardiniello.com

<여행지> 포시타노 로마에서 262km. 유네스코 인류유산 등재.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 존 스타인벡(미국)이 잡지(하퍼스 바자)에 기고(1953년)한 글 ‘포시타노에 홀리다’로 유명해짐. / 라벨로 아말피에서 5km. www.ravellosense.com www.ravelloarts.org www.villarufolo.it www.ravello.info / 아말피 포시타노에서 18km, 나폴리에서 35km. 유네스코 인류유산 등재. 아말피 해안의 중심 도시.

▼카드사가 내놓은 맞춤여행으로 페라리 몰고 해안질주를▼


‘역시 지중해야.’ 아말피 여행 후 얻은 확신이다. 한여름 프랑스 파리가 텅 비도록 파리지앵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휴가지가 지중해임은 주지의 사실. 그 지중해가 여름휴가지로 동양인에게도 똑같이 매력 있음을 알게 된 건 큰 소득이었다. 그동안은 너무 멀어, 동서양 휴식문화에 차이가 있으리라는 지레짐작으로 관심 밖이었는데 생각이 바뀌었다. 아말피 해안을 보자. 산과 바다, 중세 유적과 비키니 해변이 길 하나 사이다. 지중해의 선선한 저녁은 축복이다. 이탈리아 요리를 로컬 와인과 함께 맘껏 즐길 수 있으니 동남아 리조트와는 달랐다. 생기 넘치고 다채로웠다. 더불어 깨달은 게 있다. 여행의 성공은 전문가의 조언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아말피 취재가 그랬다. 삼성카드 여행팀 트래블 스페셜리스트의 제안이 주효했다. 이탈리아라면 남북의, 내륙과 해안을 두루 여행해 잘 알고 있는 곳. 그래서 처음엔 긴가민가했는데 가보니 ‘역시’였다. 이젠 지중해로 떠나라고 자신 있게 권한다.

삼성카드는 올여름 ‘프리미엄 맞춤여행’을 업계 처음으로 선보였다. 트래블 스페셜리스트가 고객과 일대일 상담을 통해 디자인하는 여행이다. 이들은 경력 10년 이상의 전문가로 여행자의 라이프스타일과 예산, 여행 목적과 원하는 테마에 맞춰 다양하게 제안한다. 긴급 상황(카드 분실, 병원 치료, 항공수하물 미도착)과 현지 예약을 전화(한국어)로 도와주는 24시간 헬프라인도 운영한다. 또 갤럭시탭 무료 대여 및 출국 시 집에서 공항까지 리무진 픽업 서비스(600만 원 이상 구매 시)도 제공한다.

올여름 내놓은 프리미엄 맞춤여행 상품은 네 가지. ‘슈퍼카 페라리 셀프드라이브 체험여행’(사진)은 수억 원짜리 페라리를 직접 운전해 여행한다. 첫날은 클래식&빈티지 카레이스 코스로 이름난 로마 외곽의 밀레밀리아 코스, 둘째 날은 피렌체까지, 셋째 날은 로만코스트 해안 드라이브 코스(하루 200km씩)다. 미슐랭과 스타셰프 레스토랑에서 식도락과 더불어 와인 테이스팅도 즐기는 ‘홍콩 프라이빗 미식여행’(3일), 아말피와 ‘백두산 트레킹’도 있다.

문의 1688-8500, travel.samsungcard.com/prem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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