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번역원이 해외에서 번역 출간된 우수 문학 작품에 대해 시상하는 한국문학번역상이 올해로 10회를 맞았다. 격년으로 시상하는 이 상은 1993년 한국문예진흥원(현재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주관으로 시작해 2001년 한국문학번역원이 맡으면서 2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문학번역원의 지원을 받아 해외에서 출간된 작품뿐 아니라 대산문화재단을 비롯한 민간 기관, 해외 출판사가 자체적으로 출간한 작품까지 모두 심사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이 상의 심사 대상과 수상자를 살펴보면 신경숙 씨의 ‘엄마를 부탁해’ 이후 최근 불고 있는 ‘문학 한류’의 현재를 알 수 있다.
올해 심사 대상은 2009∼2010년 출간된 21개 언어권 175종. 이 가운데 소설가 황석영 씨의 ‘심청’을 프랑스어로 번역한 최미경, 장노엘 주테 씨가 번역 대상을 받았다. 번역상은 김영하 씨의 ‘검은꽃’을 독일어로 풀어낸 양한주 씨와 하이너 펠드호프 씨, ‘한국현대단편선’을 영어로 번역한 존 홀스타인 씨가 받았다. 지정 작품을 정하고 투고를 받아 뽑은 신인상에는 모두 257건이 접수돼 박민규 씨의 ‘아침의 문’을 번역한 김제인 씨 등 8명이 받았다.
30일 서울 중구 태평로 코리아나호텔에서는 올해 수상자들의 간담회가 열렸다. 수년째 번역 활동을 해온 전문 번역가부터 신인까지 모여 한국 문학의 해외 진출 활성화를 논하는 자리였다. ‘한국현대단편선’을 영어로 옮겨 번역상을 받은 미국인 홀스타인 씨는 “번역할 때 유머를 전달하는 게 가장 어려운 것 같다. 그 웃음의 사회적 배경을 모르는 현지 독자에게 설명하기가 힘들다”고 토로했다. ‘아침의 문’을 영어로 번역해 신인상을 받은 지예구 씨는 “작가의 의도를 정확히 아는 쪽은 한국 번역가이지만 해외 독자를 이해하기에는 한계도 있다. 한국과 외국 번역가의 공동 작업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엄마를 부탁해’의 해외 진출 성공에 이어 한국 문학이 프랑스에서도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프랑스 쥘마출판사를 통해 1995년부터 황석영 씨의 주요 작품을 번역해 오다 이번에 번역 대상을 받은 최미경 씨는 “김훈의 ‘칼의 노래’, 오정희의 ‘새’가 프랑스의 대표적인 세계문학전집 갈리마르에 포함되는 등 프랑스에서 한국 문학을 세계 문학으로 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황 씨의 ‘심청’ 또한 지난해 1월 출간 이후 8000부가 팔리며 프랑스 문학계의 관심을 끌었다.
김주연 한국문학번역원장은 “20여 년 전만 해도 한국 문학 번역은 황무지와도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한국 문학에 대한 해외의 관심이 높아졌고, 10회를 맞은 번역상은 번역가로서 입지를 굳힐 수 있는 상으로서의 권위도 갖게 됐다”고 평가했다.
번역원은 내년부터 지원을 확대할 예정이다. 김 원장은 “원고지 1200장 분량의 소설 한 편을 번역하는 데 보통 2년이 걸린다. 하지만 지원금은 1600만 원 정도에 그치고 있다”며 “내년엔 지원금을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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