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으로 빚은 詩’ 뉴욕이 빠져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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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5일 03시 00분


■ 메트로폴리탄미술관, 조선 분청사기 특별전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 한국실에서 열리는 ‘Poetry in Clay’전에 선보인 15세기의 ‘분청사기철화어문호’(보물 787호). 리움미술관 전승창 학예실장과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의 이소영 큐레이터가 공동 기획한 이 전시는 현대적 미감과 개성으로 한국 미술의 역동성을 보여준 조선의 분청사기를 집중 조명했다. 메트로폴리탄미술관 제공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 한국실에서 열리는 ‘Poetry in Clay’전에 선보인 15세기의 ‘분청사기철화어문호’(보물 787호). 리움미술관 전승창 학예실장과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의 이소영 큐레이터가 공동 기획한 이 전시는 현대적 미감과 개성으로 한국 미술의 역동성을 보여준 조선의 분청사기를 집중 조명했다. 메트로폴리탄미술관 제공
아담한 전시실에 들어서면 은은하고 질박한 매력을 품은 도자기들이 반겨준다. 풀 한 포기를 붓으로 순식간에 그려낸 듯한 정갈한 화병, 물고기의 비늘 하나하나를 도장 찍듯 형상화한 항아리, 시원스러운 귀얄 자국이 눈길을 끄는 그릇 등. 15, 16세기를 대표하는 분청사기 명품들이 한데 모여 동시대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든 조선 고유의 도예미학을 느끼게 한다. 더불어 눈부시게 푸른 점으로 캔버스를 채운 김환기의 ‘하늘과 땅’(1973년), 짧은 획들이 자유롭게 춤추는 이우환의 ‘점으로부터’(1984년), 굵은 붓 자국이 인상적인 이종상의 ‘90-23 땅’(1990년) 등 분청사기의 기법 등을 연상시키는 대작 회화가 어우러지며 울림을 만들어낸다.

미국 뉴욕의 메트로폴리탄미술관 2층에 자리한 한국실에서 열리는 조선 분청사기 특별전의 풍경이다. ‘진흙으로 빚은 시(Poetry in Clay)’란 제목의 전시는 리움미술관이 소장한 분청사기 59점을 중심에 놓고 그 정신을 잇는 한국 근현대 회화와 윤광조 이헌정 씨의 현대 도예작품 등 67점을 소개했다. 조선 분청사기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일본 도예의 어제와 오늘도 메트 미술관의 소장품을 통해 간략하게 되짚는 등 국제적 맥락으로 분청사기 문화에 접근한 점에서 돋보였다. 이 미술관의 건너편에 자리한 구겐하임미술관에서 개막한 이우환 회고전과 더불어 한국의 고미술과 현대미술이 뉴욕의 한복판에서 활짝 날개를 펼친 셈이다.

메트 측은 2009년 ‘한국의 르네상스 미술, 1400∼1600’을 개최한 데 이어 이번에 조선 분청사기 특별전을 리움과 공동 기획하는 등 한국 미술을 시대별로 조명하는 전시를 이어가고 있다. 아시아부 한국미술 담당 큐레이터 이소영 씨는 “여러 장르의 미술품을 모은 종합적 전시가 아니라 분청사기만 다룬 특별전이며 대부분 미국에서 처음 선보인 작품이란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상감 철화 덤벙 등 장식기법과 소재 및 디자인 등 5개 부문으로 공간을 나눠 분청사기를 통해 한국의 미를 느낄 수 있게 꾸몄다”고 설명했다. 상감청자의 영향을 받아 제작된 분청사기는 실용적 형태를 바탕으로 대담한 생략과 변형으로 재구성한 문양, 푸근한 해학 등 현대적 미감과 개성을 갖추고 있어 오늘의 눈으로 봐도 공감이 폭이 크다.

전시에는 ‘분청사기철화어문호’(보물 787호) ‘상감모란문호’(보물 1422호) 등 보물 5점이 포함됐다. 한국국제교류재단에서 후원한 전시는 8월 14일까지 이어진 뒤 9월에 샌프란시스코 아시아박물관으로 옮겨간다.
리움미술관이 대여한 분청사기 59점 중 ‘철화모란문장군’(보물 1387호), 한국의 미를 세계에 알리는 이번 전시에선 조선 분청사기의 영향을 받은 일본 현대도예가 곤도 유타카의 작품도 함께 선보였다.(오른쪽)
리움미술관이 대여한 분청사기 59점 중 ‘철화모란문장군’(보물 1387호), 한국의 미를 세계에 알리는 이번 전시에선 조선 분청사기의 영향을 받은 일본 현대도예가 곤도 유타카의 작품도 함께 선보였다.(오른쪽)

뉴욕=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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