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임진각 평화콘서트 여는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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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5일 03시 00분


“남북 합동 오케스트라 지휘 맡게 된다면 정말 꿈같은 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시민권을 함께 갖고 있으면서 화합과 평화를 역설해온 현대 음악계의 거장 다니엘 바렌보임이 27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 동아일보DB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시민권을 함께 갖고 있으면서 화합과 평화를 역설해온 현대 음악계의 거장 다니엘 바렌보임이 27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 동아일보DB
마에스트로 다니엘 바렌보임(69)이 27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는다. 갈등과 분쟁, 테러로 얼룩진 지구촌에서 문명, 민족 간 화합과 평화를 역설해온 대(大)지휘자인 그는 1984년 파리 오케스트라와 함께 한국을 처음 방문했었다. 이번에는 음악을 통해 세계 평화를 위한 돌을 쌓겠다는 심정으로 1999년 자신이 직접 창단한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와 함께 한국에 온다. 이 오케스트라의 연주자들은 이스라엘과 중동 국가 출신들이다.

바렌보임과 디반 오케스트라는 다음 달 10부터 14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베토벤 교향곡 1∼9번 전곡을 연주한다. 또 8월 15일에는 임진각 평화콘서트에서 교향곡 9번 ‘합창’을 연주한다.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시민권을 모두 갖고 있는 유일한 인물인 그는 현재 독일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관현악단과 베를린 국립오페라극장의 음악감독 겸 종신지휘자로 활약하고 있다. 방한을 앞둔 그를 3일 독일 베를린의 실러극장에서 만났다.

―오랫동안 한국에 오지 않았다.

“한국의 불고기와 매운 음식을 아주 좋아한다. 바쁘다 보니 극동아시아 지역에 갈 시간이 많이 나지 않았다. 1984년 한국 공연은 매우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임진각에서 연주를 하는데….

“북한 사람들을 위해 연주할 수 있었으면 하는데 불가능할 것 같다. 나는 분단된 한국의 갈등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상상할 수는 있다. 한 국가에서 분단됐던 독일이 다시 통일된 것처럼 남북한도 통일될 것으로 확신한다.”

―왜 베토벤을 골랐나.

“지난 3년 동안 베토벤 교향곡을 전부 연주했다. 베토벤은 1999년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 창단 때 교향곡 7번을 연주한 이래 핵심 레퍼토리이다. 베토벤 교향곡은 모든 교향악단에 필수 과목이다.”

―남북한 합동오케스트라가 만들어진다면 지휘할 생각이 있는가.

“내 미션은 아니겠지만 가능하다면 정말 대단한 일이 될 것이다. 음악은 단순히 사람의 생각을 하나로 묶는 것을 넘어 영혼을 동반하게 만드는 것이다. 북한에서 온 연주자 옆에 앉아 바이올린을 연주한다면, 그리고 같은 연주를 하기 위해 하루 종일 함께 시간을 보낸다면 어떻겠나. 7시간 이상 같이 연습을 한다면 당신은 그 사람을 다르게 보게 될 것이다.”

그가 디반 오케스트라를 창단할 때 아랍 국가에서만 200명이 넘는 연주자가 오디션에 몰렸다고 한다. 그 후 짧은 시간에 많은 성취를 이루면서 2002년에 스페인의 세비야로 오케스트라의 본거지를 옮겼다. 그곳은 7세기 동안 유대인과 무슬림이 평화롭게 살았던 곳이다. 이후 안달루시아 주 정부는 디반을 많이 도와줬고 슈타츠카펠레의 단원들도 와서 연주자들을 훈련시키고 있다고 한다. 그는 “내가 남북한을 위해 디반 오케스트라를 연주할 날이 올 줄 누가 알았겠나. 참 놀랍고 기쁘다”고 말했다.

―음악적으로 뛰어나다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연주자들 간 실력 차나 갈등은 없나.

“음악적 갈등은 없다. 사람들 간의 갈등은 있었지만 이제 서로를 알고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대화의 원칙은 상대방을 설득하는 게 아니라 듣고 의견이 다르더라도 존중해주는 것이다.”

―중동 단원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당신에게 최근 중동의 민주화 투쟁은 어떤 느낌으로 다가오는가.

“역사적으로 가장 엄청난 사건이다. 중동의 민주화 봉기는 정치적인 움직임이 아니라 좀 더 잘살기를 원하는 인간의 기본적 욕구에서 비롯된 자연적인 봉기이다. 이집트는 가난한 나라가 아니지만 오랫동안 나라 전체가 부패로 가득했다.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길 기대한다.”

―69세인데 아주 건강해 보인다. 언제까지 일을 할 건가. 더 성취하고 싶은 게 있나.

“11월에 69세가 된다. 아직 7월이다(웃음). 베를린 슈타츠카펠레는 나를 종신지휘자로 임명했지만 우리의 일이란 게 예술적인 결정에 따르지 계약상의 결정에 따르는 것은 아니다. 음악은 매우 독특하다. 매일 매일 새로운 것을 배운다. 오늘은 어제보다 더 많은 것을 알게 된다. 그러나 내일 연주할 때는 또 제로에서 시작한다. 이미 소리는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게 바로 음악의 매력이다. 매일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다는 데 감사할 따름이다.”

―훌륭한 음악가가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조건은….

“집중이다.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그리고 호기심도 중요하다. 호기심이 없으면 질문을 하지 않고 궁금해하지도 않는다.”

베를린=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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