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슈트나 재킷 입기가 참 만만치 않다. 초여름의 더위, 지루한 장마, 다시 습도와 온도가 동시에 높아지는 전형적인 한국식 무더위의 연속이 정확하게 반복되던 이 계절은 이제 게릴라성 호우와 무더위의 불규칙적인 반복으로 예측이 불가능한 기후로 변해버렸다.
여름은 계절에 관계없이 공식적인 업무가 이어지는 비즈니스맨들이 슈트나 재킷을 갖춰야 할 때가 많아 고민스러운 시기다. 덥다고 해서 남자들도 훌훌 벗어젖히자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너무 숨 막히게 옷차림을 갖추자는 것도 아니다. 일주일에 5일을 일한다면 3, 4일은 클래식하게 입어 비즈니스적인 품위를 표현하고 하루 이틀은 자신의 개성과 주변의 환경을 조화롭게 믹스해 보는 것도 좋다.
슈트조차도 공식적인 일이 없을 때는 타이를 생략하고 자유로운 기분으로 입으면 된다. 타이를 전제로 한 슈트에는 입지 않던 버튼다운셔츠도 타이 없는 여름 슈트 차림에 시도해봄 직하다. 슈트나 재킷의 소재도 리넨이나 시어서커와 같은 청량한 제품을 골라 본다. 리넨은 여름에 최적인 원단이다. 리넨은 바람이 잘 통해 입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이나 청량감을 주고 자연스러운 구김이 멋스러운 소재다. 인도에서 영국으로 수입된 시어서커도 주름과 밝은 색상이 여름철에 잘 맞는 원단이다.
여름에 적합한 슈트를 입었다면 정중한 브라운 옥스퍼드도 좋지만 가볍고 밝은 톤의 스웨이드 구두를 신고 싶은 마음이 든다.
화이트 셔츠에 진한 네이비 솔리드 니트타이를 매도 무방하겠지만 잔잔한 무늬가 아로새겨진 셔츠의 버튼을 조금만 풀어서 입어도 멋질 것이다.
상상하기에 따라 날씨에 대응하는 방법은 더욱 다양하다. 슈트와 재킷을 입는 비즈니스맨으로서는 여름을 더위와의 전쟁처럼 생각하지 않는 게 좋다. 조금만 다르게 생각하면 코트로 복장의 많은 부분이 가려지는 겨울에 비해 뭐랄까, 좀 더 재미있게 옷을 입을 수 있는 계절이 여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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