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192>夫仁은 天之尊爵也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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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8일 03시 00분


‘矢人函人(시인함인)’장에서 맹자는 화살 만드는 사람과 갑옷 만드는 사람의 예, 그리고 사람을 위해 기도하는 무당과 관을 만드는 목수의 예를 들어 기술을 선택할 때는 신중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서 ‘논어’ ‘里仁(이인)’편의 첫 장에 나오는 ‘里仁이 爲美니 擇不處仁이면 焉得知리오’라는 공자의 말을 인용한 뒤 그 뜻을 부연해서 설명하고 지혜로운 인간이라면 仁에 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자의 말은 ‘어짊에 거처하는 것이 아름다우니, 사람이 자처할 바를 고르면서 어짊에 처하지 않으면 어찌 지혜로울 수 있겠는가’로 풀이된다.

夫는 발어사이다. 尊은 ‘높은’이다. 天之尊爵은 하늘이 내려준 높은 작위라는 말이다. 어진 이는 아무도 미워하지 않고 누구라도 존경하므로 仁은 곧 하늘로부터 받은 작위라고 할 수 있다는 뜻이다. 人之安宅은 사람이 거처하기에 편안한 집이라는 말이다. 어진 이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해를 끼치려 하지 않으므로 仁은 곧 사람이 거처할 수 있는 가장 편안한 집이라는 뜻이다. 莫之禦는 막는 사람이 없다는 말이다. 之는 어조를 고르는 허사로 보아도 좋고 ‘인을 행함’을 가리키는 대명사로 보아도 좋다. 而는 역접의 접속사이다. 是는 ‘막는 이가 없는데도 어질지 못함’을 가리킨다. 智는 知慧(지혜)롭다는 뜻이다.

맹자는 ‘離婁(이루)·상’편에서도 ‘仁은 사람의 편안한 집이요, 義(의)는 사람의 바른 길이다(仁人之安宅也, 義人之正路也)’라고 했다. 仁은 사람이 항상 머물 곳이기에 편안한 집이라 하고, 義는 사람이 반드시 행하여야 할 도리이기에 바른 길이라 한 것이다. 주자(주희)는 말하길 ‘세상의 길은 인욕보다 더 험한 것이 없으니, 몇 사람이 여기에 이르러 평생을 그르쳤던가(世路無如人欲險, 幾人到此誤平生)’라고 했다. 이 편안한 집, 이 바른 길을 놓아두고 대체 우리는 어디로 가려 하는가.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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