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196>仁者는 如射하니 射者는…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14일 03시 00분


‘公孫丑(공손추)·상’ 제7장의 마지막에서 맹자는 행동준칙을 仁에 두는 자의 태도를 反求諸己라고 설명했다. 反求諸己란 仁을 실천한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그 이유를 남에게서 찾지 않고 자기 자신에게서 찾는 태도이다.

仁者는 어진 사람이란 뜻인데, 여기서는 어진 사람의 태도를 가리킨다. 如射는 활쏘기와 같다는 말이다. 옛날에는 射를 지식인이 갖추어야 할 六藝(육예)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正己而後發은 자기 자신을 바로잡은 후에 화살을 발사한다는 말이다. 中은 화살이 的中(적중, 과녁을 맞힘)한다는 말로, 동사이다. 옛날에는 천으로 만든 과녁의 한가운데에 正이란 새를 그리거나 가죽으로 만든 과녁의 한가운데에 鵠(곡, 고니)이란 새를 그렸으므로 과녁의 한가운데를 正鵠(정곡)이라 부른다는 설이 있다. 勝己者는 자기를 이긴 자란 말이다. 反求諸己는 반성하여 그 이유를 자기에게서 찾는다는 말로, 諸(저)는 지시의 뜻을 포함한다. 而已矣는 한정의 뜻을 지닌 종결어이다.

맹자에 따르면 仁이란 하늘이 내려준 尊爵(존작, 높은 작위)이자 사람이 살 만한 安宅(안택, 편안한 집)이다. 그런데 만일 仁을 행하지 않아서 지혜롭지 못하고 지혜롭지 못해서 禮(예)도 지키지 않고 義(의)도 행하지 않는다면 그런 사람은 人役(인역, 남의 부림을 받는 자)으로 轉落(전락)할 것이다. 물론 仁에 處하여 仁을 실천한다고 해도 바람직한 결과를 얻지 못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도덕적 자율성을 중시하는 자주적인 인간은 모든 원인을 자기 자신에게서 찾을 따름이라는 것이다.

공자는 ‘논어’ ‘顔淵(안연)’편의 첫 장인 ‘克己復禮(극기복례)’장에서 ‘爲仁(위인)이 由己(유기)니 而由人乎哉(이유인호재)아’라고 했다. ‘仁을 행함이 자기로부터 말미암는 것이지 남으로부터 말미암겠는가’라는 공자의 이 반문에 담긴 뜻은 바로 맹자가 말한 反求諸己와 서로 통한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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