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세 판단을 바탕으로 물처럼 두는 기사들이 있고, 불같이 싸움바둑을 즐기는 기사들이 있다. 전자의 대표적인 기사는 이창호 9단, 셰허 7단 등이고, 후자의 대표적인 기사로는 이세돌 9단과 김지석 7단 등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이창호도 먼저 싸움을 걸어가고 있고, 이세돌도 난전 끝에 계가로 균형을 맞춰가는 바둑을 둔다.
여하튼 전투형인 이세돌 김지석이 본선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초반 우하귀에서 탐색전을 벌였다. 김 7단은 흑 7로 한 칸 좁게 벌렸고 이 9단은 우변을 선수로 간명하게 처리했다.
변화의 초점은 좌상귀. 흑 21의 걸침에 대해 백 22 한 칸 높은 협공으로 급해졌다. 이후 백 26으로 한 칸 낮게 간 것이 김 7단의 마음을 흔들어 되협공을 하게 만들었다. 이후 둔 흑 31이 느슨한 수. 참고 1도처럼 흑 1로 치받아야 했다. 흑 5, 7을 두고 11까지 연결했다면 흑이 편한 바둑이었다.
흑 35가 결정적 패착. 이 수는 참고 2도처럼 흑 1로 먼저 축머리를 쓰고 흑 3에 붙였어야 했다. 이후 이 9단이 준비한 묘수 백 42로 흑은 양분됐다. 대마의 사활을 건 수 싸움이 벌어졌지만 흑이 이기는 수는 없었다. 김 7단은 바로 돌을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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