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노의 음식이야기]<56>메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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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14일 03시 00분


한국의 대표국수… ‘평창’계기로 세계화를

세상에는 1만4000가지의 국수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나라마다 고유의 국수가 있다. 이탈리아에는 스파게티가 있고 일본은 우동이 있는데 우리나라 대표는 아무래도 메밀국수다.

최남선은 조선상식(朝鮮常識)에서 국수라면 보통 밀가루 국수를 떠올리지만 옛날에는 메밀국수를 일컫는 말이었다고 했다. 순조 때 조재삼이 쓴 송남잡지(松南雜識)에도 우리는 메밀가루로 국수를 만든다고 적혀 있다. 고려 말 목은 이색이 메밀국수를 배불리 먹었다고 한 것을 보면 조상들은 고려와 조선시대에 걸쳐 메밀가루로 국수를 뽑아 먹었음을 알 수 있다.

메밀국수를 고급스럽게 만들면 냉면과 온면이 된다. 메밀은 차갑게 먹어야 제맛이 나는데 우리나라에서 냉면이 발달한 이유다. 거칠게 만들면 막국수다. 예전 강원도에서는 양식이 부족하면 집에서 메밀을 빻아 가루로 만든 후 국수를 뽑아 끼니를 때웠다. 손님이라도 오면 조금 더 정성스럽게 만들었겠지만 그래도 거친 메밀을 맷돌이나 디딜방아로 빻았으니 국수 역시 거칠었다. 그래서 막국수라고 불렀지만 서민들이 대충 먹었던 막국수마저도 맛깔스럽다.

메밀국수는 만들기가 까다롭다. 끈기가 부족한 데다 열을 가하면 쉽게 끊어져 면발을 길게 만들기 어렵다. 이 때문에 밀가루와 달리 메밀은 다른 녹말을 섞어 틀에 넣고 눌러서 국수를 만든다.

지금이야 간단하게 국수를 만들지만 옛날에는 국수를 만들려면 당시의 최고 기술을 동원해야 했다. 그래서 중국은 당나라 때에야 국수가 발달한다. 메밀국수는 더 늦다. 밀가루 국수보다 수백 년의 시간이 더 필요했다.

메밀국수에 대한 기록은 14세기 초 원나라 때 왕정이 지은 농서(農書)에 처음 나온다. 메밀껍질을 벗겨 맷돌로 갈아 국수를 만드는데 하루면(河漏麵)이라고 했다. 국수틀에 구멍을 뚫어 반죽을 아래로 눌러 만든다고 하는데 우리나라 메밀국수 만드는 법과 같으니 비슷한 시기에 우리도 메밀국수를 만들었을 것이다.

긴 세월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메밀은 보통 작물이 아니다. 신이 보낸 완벽한 작물이기에 오방지영물(五方之靈物)이라고 했다. 동서남북 사방에 가운데를 더한 것이 오방(五方)이니 세상에서 가장 신령한 작물이라는 뜻이다. 음양오행의 동양철학과 약식동원(藥食同源)의 동양의학 측면에서 볼 때 메밀은 완벽한 작물이다.

메밀은 잎은 파랗고 꽃은 희며 줄기는 붉고 열매는 까만데 뿌리는 황색이니 자연을 구성하는 다섯 가지 색깔이 모두 합쳐져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식물이다. 오행설이 의학과 합쳐지면 약식동원의 개념이 되는데 중국 의학서인 황제내경(黃帝內經)에서는 다섯 가지의 색(五色)과 다섯 가지의 맛(五味)이 조화를 이루면 건강에 이롭고 장수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우리나라 메밀을 대표하는 고장이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무대이며 2018년 겨울올림픽 개최지로 확정된 평창군의 봉평면이다. 평창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앞으로 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을 찾고 또 평창에 들러서 가장 한국적인 음식을 맛보고 싶어 할 것이다.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수인 메밀국수를 이탈리아의 스파게티처럼 세계적으로 알려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냉면이 됐건 혹은 온면이 됐건, 아니면 막국수가 됐건 우리 메밀국수를 한식 세계화의 기수로 삼을 기회가 온 것 같다.

<음식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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