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오페라단으로만 구성된 대한민국오페라단연합회는 회원단체가 100여 개에 달하지만 24일까지 열리는 제2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에는 단 4곳만 참여했다. 이유는 재정 문제 때문. 이번 행사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6억 원을 후원해 시작했는데 공동 운영비로 1억 원을 썼고, 국립오페라단을 포함해 5개 단체가 1억 원씩 지원금을 나눠 받았다. 하지만 공연당 3억∼4억 원이 드는 제작비를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행사에 참가한 한 오페라단 단장은 “지원금을 받아도 공연 준비가 어렵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 숫자 늘었지만 시장은 아직 미성숙
1970년대엔 국립 단체인 국립오페라단, 사설 단체로 김자경오페라단 정도가 오페라를 제작했다. 오페라단이 드물었을뿐더러 관객층도 한정됐다. 김관동 연세대 교수는 “국립오페라단과 김자경오페라단이 대형 오페라를 1년에 두 편씩 올리면 한 해 4개 정도 큰 공연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는 오페라단이 포화상태다. 1985년 서울시립오페라단 창단 이후 1990년대 지방자치제가 실시되면서 지자체들이 지역 문화사업의 일환으로 민간 오페라단 설립을 지원하고 나섰다. 여기에 국공립 단체에 자리를 잡지 못한 유학파 성악가들이 저마다 사설 오페라단을 세우면서 수가 폭증했다. 2005년 문화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에 66개 오페라단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이 32개로 최다였고 부산 7개, 대구 5개 순이었다. 이 중 국공립 오페라단은 국립, 서울시립, 대구시립 등 3개뿐이다. 반면 민간 오페라단은 끊임없이 늘어나 4년 전 창설된 대한민국오페라단연합회는 올해 현재 회원 단체가 100개 이상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이렇게 많은 오페라단이 정기 공연을 펼칠 만큼 시장이 성장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4일 공연 기준으로 최소 제작비가 3억∼4억 원이 든다. 연습 기간을 포함해 일주일 대관료(1억여 원), 오케스트라 비용(7000만∼8000만 원), 무대 설치비(7000만∼8000만 원), 그리고 출연료와 홍보비 등이 집행된다. 하지만 국공립 단체에 비해 정부 지원이 거의 없고 인지도도 떨어지는 민간 오페라단은 제작비 가운데 최소 절반 이상을 티켓 판매 수익금으로 충당해야 한다.
지방의 한 사립 오페라단 단장은 “기업의 후원을 받기는 하지만 5000만 원을 후원하면 그만큼의 티켓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사립 오페라단 단장은 “1년에 한 번도 공연을 올리지 않는 ‘무늬만’ 오페라단도 많다. 보통 단장이 공연에 집중하기보다는 후원을 받기 위해 뛰어다녀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 질적 성장이 필요할 때
재정적 어려움은 작품성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민간 오페라단은 티켓 판매에 유리한 베르디 ‘라 트라비아타’, 푸치니 ‘라보엠’ 등 유명 오페라만 연속해서 무대에 올리고, 고정 단원이 없다 보니 해외 가수들로 무대를 꾸며 티켓 값만 올라간다. 지자체의 지원 속에 2000년부터 60여 편의 창작 오페라가 무대에 올라갔지만 이조차 일회성 전시용 공연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조장남 호남오페라단장은 “시장 규모에 비해 오페라단이 비정상적으로 늘었다. 모두를 지원할 수 없는 만큼 정부와 기업 측의 지원에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학남 대한민국오페라단연합회장은 “이제는 양보다 질적 성장을 추구할 때”라며 “오페라단들이 연합 공연을 펼쳐 제작비 부담을 줄이고 공연 횟수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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