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한 지중해의 태양만큼 심장박동이 빨라지는 바르셀로나 해안가, 바르셀로네타. 해양구조대원 같은 근육질 남자들이 어슬렁거리고 바닷가에는 어김없이 해산물 전문점이 늘어서 있다.
그런 곳 식당들이 그렇듯 선글라스를 쓴 관광객들이 경치 좋은 테이블을 차지한 채 값비싼 해산물을 까먹느라 정신이 없다. 그러나 이런 관광지에도 뒷골목에는 실비집들이 군데군데 숨어 있다.
바닷가에서 한참 떨어진 발루아르 가를 따라가다 왁자지껄한 소리에 끌려 간판도 없는 허름한 식당에 들어갔다. 다들 한낮부터 맥주병을 깔아놓고 포식 중이다. 옆 테이블에는 털북숭이 남정네 여섯이 무언가를 열심히 까먹고 있다. 식탁은 이미 정체불명 껍질들로 난장판이 돼 있다.
훤히 들여다보이는 주방은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한 가족처럼 생긴 사람들이 어깨를 부딪치며 정신없이 바쁘게 뭔가를 만들고 있다. 어깨 문신에 머리를 빡빡 민 종업원이 다가오더니 무엇을 주문할지 묻는다. 추천 메뉴를 물으니 ‘봄바’란 간단한 단어를 내뱉는다.
생소한 이름이다. ‘아, 어떤 음식일까.’ 그런데 좀 있다 등장한 것은 평범하기 짝이 없는 동그란 튀김볼. 학교 앞 분식집 튀김처럼 플라스틱 접시에 담긴 볼품없는 모양새다.
별 기대 없이 베어 무는데 부드럽게 고소한 맛이 입안에 퍼진다. 다진 고기와 감자를 넣은 따끈한 크로켓인데 입안에 착 달라붙는다. 떡볶이 국물 묻힌 튀김처럼 위에 덥힌 매콤한 소스도 썩 잘 어울린다.
주변을 돌아보는데 옆 테이블 파마머리 총각이 직접 깐 새우구이 하나를 건넨다. 그럴 만한 분위기이다. 괜찮다고 사양하며 옆 테이블에서 열심히 까먹는 구운 아티초크(지중해가 원산지인 식물)를 주문했다.
바스락거리는 껍질을 잘도 까서 먹으니 내 식탁도 금세 난장판이 됐다. 짭조름한 오징어 요리까지 먹고 배 두들기며 만족스럽게 나왔다. 이곳의 정체(?)를 확인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간판도 없어서 주소를 기억했다가 찾아보니 역시 부두 역사와 함께하는 뼈대 있는 맛집이었다. 이름은 ‘라 코바 푸마다’. 어부들이 배를 타고 난 후 맥주 한잔과 대구튀김 같은 안주로 피곤함을 달래는 곳이었단다. 왠지 모를 편안함과 매력은 다 이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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