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승원은 독고진의 대사 중 “나는 특별한 사람이야”가 제일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이유를 묻자 “그게 독고진에게 딱 맞는 것 같다”며 웃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대놓고 잘난 척하는 거 좋아해요. 생색내고…. 연기하면서 카타르시스를 느꼈죠.”
‘대세남’ 독고진 아니, 차승원(41)이다.
MBC 수목 드라마 ‘최고의 사랑’(이하 최고사)에서 거만한 톱스타 독고진으로 전성기를 누리는 그를 만났다.
독고진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예뻐서 10억 원씩 받고 CF를 찍는 배우다. 하지만 사석에선 “난 특별한 독고진이야”라며 억지 부리기 일쑤다. 한물간 생계형 연예인 구애정(공효진)을 짝사랑하면서도 “너 같은 걸 좋아한다고 어디다 말해? 소문내면 고소할 거야”라고 얄미운 말만 골라 한다. 홍정은 작가는 차승원을 가리켜 “시치미 뚝 뗀 코믹 연기의 달인”이라고 했다.
“연기 비결요? 대본이 나오면 남의 대사까지 다 외워요. 그래야 내 연기를 계산할 수 있으니까. 안 그러면 불안하고….”
가장 좋아하는 독고진의 모습을 물으니, 16회 구애정의 상상 신에 나온 ‘변태 독고’라고 한다. 가죽옷을 입은 구애정이 꽁꽁 묶인 독고진을 밧줄로 내리치는 장면이다. ‘최고사’에서 가장 에로틱한 장면이지만, 차승원과 공효진이 해서 그런지 코믹하다.
“귀여운 변태 독고잖아요.(웃음) 난 그런 연기에 거부감이 없는 것 같아. 독고진이 좋아서 볼이 빨갛게 상기됐잖아요? 내가 볼에 칠한 거예요. 이미 2층에서 세 번 정도 맞고 내려온 설정으로. 효진이는 계속 웃고, NG는 나고….”
30여 명 카메오 중 기억에 남는 사람을 물었더니, “승기! 승기!”라며 독고진 투로 말했다. 기획 당시 독고진 역 물망에 올랐던 이승기가 깜짝 출연해 차승원과 냉장고 CF를 다퉜다.
“절대 안 그런 애가 ‘절대 냉장고는 양보 못합니다’라고 내 흉내를 내니까 웃겼어요. 승기가 얼마나 착한데. 그 애가 독고진을 했어도 잘했을 겁니다.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건 구차한 표현이죠.”
“세 살 아이도 독고진을 안다”는 말에 그는 동료배우 황정민이 전화해 어린 아들을 바꿔줬다며 기쁜 듯 말했다.
“황정민 씨 아기가 ‘독고진 아저씨, 구애정 아줌마는 어디 있어요?’라고 하는데, 얼마나 좋아요. 초등학생 딸 학용품 사주러 문방구에 갔는데, 독고진과 구애정 캐리커처가 그려진 조그만 책자가 한 가득 있어요. 신기했죠.”
차승원은 대학 1학년 때 세 살 연상 이수진 씨(44)와 결혼해 1989년에 아들 노아 군을, 2003년에 딸 예니 양을 낳았다.
평소 딸을 예뻐하기로 유명한 그는 ‘딸 바보’라는 별명이 부담스럽다고 했지만 “딸이 낳은 딸은 더 예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나만 유난스럽게 딸을 아끼나? 일이 없을 땐 시간이 많으니까 데려오는 거지. 그리고 외손녀가 더 예쁘다는 말이 있잖아요. 이해해요.”
‘시티홀’(SBS)에서 시작된 한류스타 차승원의 인기는 ‘최고사’로 한 단계 더 올라갔다. 중화권에서는 ‘처솨이(車帥)’라는 별명으로 부른다. 잘생긴 차승원이란 뜻이다. 영어권에선 독고진과 구애정을 DJ와 AJ라는 애칭으로 부른다.
“유튜브에 ‘최고사’ 팬이 그렇게 많다면서요? 대만 팬들은 끝남과 동시에 감상 글을 남겨요. 대만이 꼭 우리나라 같아. 고맙고 좋아요.”
드라마는 끝났지만 그는 여전히 바쁘다. 자동차, 음료, 청바지, 주류 CF를 줄줄이 꿰찼기 때문. 24일에는 대만에서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현지 팬 미팅을 연다. Mnet 20’s 초이스 시상식 2관왕을 차지하는 등 상복도 터졌다.
끝으로 그는 꼭 하고 싶은 말이라며 전했다.
“연예계라는 곳이 많은 오해가 있어요. 연예인에 대한 관심은 고맙지만, 거기에 나쁘게 덧붙이고 즐기는 일은 없어졌으면 해요. 다들 누군가의 아들이고, 남편이고, 딸이고, 부인이니까.”
사실 인터뷰 전 “까칠하기로 말하면 차승원이 독고진”, “질문이 마음에 안 들면 그 자리에서 버럭한다”는 소문을 들었다. 하지만 실제 마주한 그는 상냥했다. 인터뷰에 30분 늦은 그는 다음 날에도 미안하다며 문자메시지를 보낼 정도로 매너 있는 남자였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한민경 동아닷컴 기자 mkhan@donga.com
연예 웹진 ‘O₂플러스’ 어플 무료 다운 받으세요 QR코드를 스캔하면 동아닷컴 연예 웹진 ‘플러스’어플을 무료로 내려받으실 수 있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