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이 방학 때 어떤 책을 어떻게 읽는 것이 좋을까. 여러 추천도서 목록이 나와 있지만 아이들이 흥미 있어 하는 주제와 맞을 때만 효과가 있어 ‘내 아이에게 그대로 들어맞을지’를 장담할 수는 없다. 우리 아이에게 맞는 책 선택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올해 상반기 어린이 책 발행 경향 △책에 대한 흥미를 유도하는 법 △초등학생의 바람직한 도서선택 방법에 대해 전문가의 말을 들어봤다.
올해 상반기에도 어린이들을 상대로 한 자기계발서류의 가벼운 책이 많이 나왔다. 어린이 책을 선택하는 주체가 부모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아동도서평론가인 조월례 경민대 겸임교수는 “‘상대를 배려하는 방법’처럼 단순한 예의나 지식을 전달하는 책이 여전히 많이 나온다”며 “아이들의 생각의 크기와 깊이를 키우고 싶은 부모라면 더 세심하게 책을 골라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정 덕목을 가르치는 책에는 문학으로서의 서사(敍事)가 없고, 그런 만큼 가볍다는 것. 조 씨는 “독서를 통해 아이들의 정신이 성장하기를 바란다면 ‘묵직한’ 어린이 문학 작품에 관심을 갖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에 나온 책 중에서 조경숙 작가의 ‘굳게 다짐합니다’와 김려령 작가의 ‘그 사람을 본 적이 있나요’를 읽을 만한 책으로 들었다. 내용이 검증된 고전을 읽히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또 아이들이 관심 있는 주제를 스스로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 책 읽기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어린이자료실 사서인 하부용 씨는 “아이들의 관심사를 파악하는 것이 먼저”라며 “공룡에 관심이 있다면 그림책, 지식정보책, 공룡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문학작품 등 관심 분야에 관한 다양한 책을 읽힌 다음 다른 주제로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 방법”이라고 말했다. ○ “모험 이야기에 가장 관심”
올해 초 정진수 덕성여대 문헌정보학과 교수가 10∼13세 초등학생 32명을 심층 인터뷰해 발표한 ‘어린이 독자의 도서선택에 관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초등학생들은 ‘아이들이 모험하는 이야기’(모험 이야기·19명)와 ‘과학이나 원리에 관련된 것을 알려주는 책’(과학책·10명), ‘본받을 만한 훌륭한 사람들의 이야기’(위인전·7명)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학교생활 및 우정 이야기(7명), 소설·문학(6명), 추리(6명) 분야가 뒤를 이었다. 정 교수는 “어린이들이 자신의 관심 주제별로 책을 찾을 수 있도록 숫자로 된 분류체계 대신 아이들이 사용하는 용어인 ‘모험’ ‘과학’ ‘우정’ ‘추리’ 등으로 된 서지체계를 도서관에서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독서 동기를 높이는 데는 능동적인 선택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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