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몇걸음 무대위에 생생한 인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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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19일 03시 00분


◇연극 ‘인디아 블로그’
연기 ★★★☆ 대본 ★★★☆ 연출 ★★★☆ 무대 ★★★

연극 ‘인디아 블로그’는 작은 무대에 인도 여행의 묘미를 경쾌하고 때로는 서정적으로 펼쳐 낸다. 극단 연우무대 제공
연극 ‘인디아 블로그’는 작은 무대에 인도 여행의 묘미를 경쾌하고 때로는 서정적으로 펼쳐 낸다. 극단 연우무대 제공
무대로 옮긴 두 남자의 인도 여행이라. 연극 ‘인디아 블로그’(극단 플레이위드 작·박선희 연출)의 홍보 전단은 궁금증을 유발한다. 작은 무대에 어떻게 광활한 인도를 표현한단 말인가. 궁금하게 만들어 관객의 기대치를 높이는 것은 사실 ‘양날의 칼’이다. 기대에 못 미칠 경우 한층 큰 실망감을 유발할 수 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연극은 기대치를 뛰어넘는다. 공연 예매사이트 인터파크에 남긴 관객의 공연 만족 점수도 10점 만점에 평균 9점이 넘는다. 1시간 30분 남짓의 공연을 보고 나면 서점에서 인도 여행 서적을 뒤적이며 나만의 인도 여행을 계획하고 싶을 만큼 여운이 짙고 길다.

극은 인도 여행에 두 청년의 사랑 이야기를 녹여 여성 관객의 낭만적 감수성을 자극한다. 29세 찬영(박동욱)과 27세 혁진(전석호)은 인도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우연히 만나 친해진다. 찬영은 4년 전 인도 배낭여행 때 만나 잠깐 연인 관계였던 친구 희빈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전해 들은 충격으로 직장에 사표를 내고 무작정 인도행 비행기에 올랐다. 혁진은 오랜 연애로 관계가 소원해진 가운데 홀연히 인도로 떠나버린 여자 친구 선영을 찾아 나선 길. 두 사람은 의기투합해 뉴델리를 시작으로 인도의 지중해로 불리는 휴양지 디우, 서북쪽의 사막지대인 자이살메르, 쿠리를 거쳐 여행의 종착지인 ‘영혼의 고향’ 바라나시로 향한다.

두 배우를 포함해 제작진은 한 달 남짓 일정으로 지난해와 올해 두 번 인도를 여행하며 함께 대본을 만들었다. 극은 두 사람이 오토바이를 개조한 교통수단 오토릭샤를 타거나 디우의 해변에서 수영하고, 거리의 식당에서 인도 전통 음료인 차이를 홀짝이거나 사막에 누워 별을 보는 등 작은 에피소드들로 이뤄진다. 하지만 대사 곳곳에서 인도에 대한 정보를 전하고 현지에서 촬영한 실제 두 사람의 여행 영상을 함께 보여주는 방법으로 현장의 분위기를 잘 살려냈다. 배우들이 1인 다역을 소화하고 때로 관객도 현지인으로 극에 끌어들여 재미와 함께 스케일도 키웠다.

무엇보다 극의 여운은 인도를 갔다 온 사람만이 말할 수 있는 대사에서 나온다. 여행을 마친 혁진은 말한다. “인도는 내게 말합니다. 열심히 걸어라. 사람들을 만나고, 떠남을 인정하고, 다시 만남을 인정해라. 돈이 없어 바퀴벌레 나오는 도미토리 룸에서 가방을 끌어안고 자더라도 아침에 일어나면 강가에 나가 차이 한 잔을 마셔라.”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i: 8월 28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연우소극장. 2만5000원. 02-744-7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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